김범준씨의 ‘아빠를 위한 조언’… “아이들과 하루 10분씩 눈 맞추고 얘기하세요”

입력 2014-04-16 03:06


“아빠다!” “흐흐” “히히” “헤헤”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 LG유플러스 온라인고객 1팀장 김범준(47·서울 서초구 신반포로)씨가 퇴근 후 아파트 문을 ‘철컥’ 열고 들어서자, 아이 셋이 쪼르르 달려 나왔다. 맏아들 준환(10·초등 3), 둘째 아들 준서(9·초등 2),막내딸 수민(7·유치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빠만 봐도 좋은 아이들. 요즘 ‘돈 벌어 오는 사람’으로 평가 절하된 여느 아빠들과는 상당히 다른 대접을 받은 김씨도 싱글벙글이다. 김씨는 “아이들의 이런 융숭한 접대가 나름의 노력의 결과”라고 큰소리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기도 한 김씨는 그 노력의 여정을 담아 최근 ‘내 아이를 바꾸는 아빠의 말’(애플북스)을 출간했다.

‘대장장이 집에 식칼이 논다’고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청소년 커뮤니케이션 강의도 했던 그였지만 정작 아이들과의 대화는 ‘단답형 주관식’ ‘객관식’이었다고. “아빠 어디야?” “밥 먹고 있어.” “아빠 언제 와?” “오늘 늦을 거야.” 등. 김씨는 “아이들은 서술형 주관식으로 대화하길 원했지만 일에 쫓기고 천성이 게으르다 보니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않게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이러다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부자지간이 되겠다 싶어 몇 해 전부터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남성들에게 육아 동참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40대 남성들은 그 방법을 몰라 ‘멘붕’(멘탈 붕괴)에 빠지게 마련이고,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으냐?”고 묻자 “예”라고 입을 모았다. 구애는 확실히 성공했다. 이제 구애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어 봐야 할 때다. 김씨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하루 10분씩 미래말 등 10가지 스타일(표 참조)의 말을 해주려고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단 10분의 대화로 효과가 있을까? 김씨는 “TV나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아이 눈을 바라보면서 오롯이 얘기를 나누는 10분은 결코 짧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고 보니 김씨 집 거실에는 TV가 없었다. 퇴근 뒤에는 가능하면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어둔다고.

평소 자녀와 말을 잘 나누지 않던 아빠들이라면 아이들에게 말 거는 것조차 쑥스러울 수 있다. 김씨는 “그런 아빠라면 휴대전화는 집에 놔두고 아이와 함께 운동장에 가라”고 했다.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친한 친구가 누구니?” “너는 무슨 말을 들을 때 제일 기분이 좋니?” 두 가지 질문만으로도 1시간 정도의 대화는 문제없다고. 김씨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아빠가 10배, 100배 노력해야겠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10가지 말 이외에 다른 비법도 있을 것 같아 아이들에게 “어떨 때 아빠가 좋으냐?”고 물었다. 수민이는 등 긁어주기, 준서는 생일파티, 준환이는 여행 같이 가서 놀아주기를 각각 꼽았다. 김씨는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슬그머니 옆에 누워 등을 긁어 주면서 말을 걸곤 한다”고 했다. 역시 스킨십은 유대를 강화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감초다.

김씨의 아내 정초희(40)씨는 “아빠가 생일 맞은 아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그 아이만 데리고 가 하루를 보내는, 우리 집만의 독특한 생일파티를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김씨는 “삼남매를 같이 데리고 나가거나 엄마도 나가면 관심이 흩어지기 때문”이라며 “2011년부터 생일을 맞은 아이와 일 대 일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마만 따르는 자녀를 가진 아빠라면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