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설 목사의 시편] 우리는 무엇을 보며 살고 있는가?
입력 2014-04-16 03:04
서울의 지하철 풍속도는 시대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0∼90년대에는 스포츠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지하철에서 스포츠신문은 상당히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신문을 사서 보는 사람, 다른 사람이 보다가 놓고 간 신문을 보는 사람 등 승객들의 시선은 온통 스포츠신문에 집중돼 있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MP3와 PMP 등 전자기기로 게임과 음악, 영화와 드라마, 뉴스 등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기기들은 짧은 기간만 지하철 승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을 뿐 스마트폰에 명성을 빼앗기고 말았다.
모 광고회사에서 소비자 1000명의 미디어 이용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한국인의 하루 평균 TV시청 시간은 3시간, 모바일 이용 시간은 3시간 34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 일과의 절반 이상을 TV와 모바일을 보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대화 소재는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고, 청소년들은 연예인과 드라마 이야기 등 연예인 신드롬에 빠져 있다. 이런 현상들이 정신문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유엔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 독서량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192개국 중 166위라고 한다. 성인 10명 중 9명은 하루 독서 시간이 10분도 채 안 된다. 심지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한국인의 정신문화는 말할 수 없이 황폐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독서량을 보이는 일본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고, 심지어 중국인들도 우리보다 3배 이상의 독서를 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인문학의 붕괴현상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인문학을 공부해서는 취업할 곳이 없는 게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인문학이 붕괴된다면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서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현상들이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미 그런 현상들이 우리 사회전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밝게 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갖도록 한다. 인문학이 붕괴되면 도덕과 양심이 무뎌지며, 휴머니즘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누구든지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 교양을 쌓아야 한다. 거듭 지적되는 문제지만 우리나라는 경제력을 뒷받침할 만한 정신적 가치가 매우 낮다.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룩하자면 교양을 겸비한 시민생활이 요구된다.
안중근 선생은 감옥에서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는 말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이다. 봄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에 눈을 즐겁게 하는 일에만 빠지지 말고 생각을 키우며 사물을 관찰하는 능력을 더 길렀으면 좋겠다.
<여주 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