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테러 대응 작전체제 발령

입력 2014-04-15 03:31 수정 2014-04-15 15:10
분리 독립 요구가 거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사태가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 때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크림반도를 무기력하게 내줬던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는 이 문제에 서방이 개입해야 한다며 공식 논의를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세르게이 타루타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주 전역에 테러 대응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전했다.

타루타 주지사는 성명에서 “대테러 작전은 우리 지역의 평화와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격적이고 광신적인 테러리스트들이 지역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폭력이 확산돼선 안 된다며 평화적이고 공개적인 대화로 모든 이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우크라이나 안보국방위원회가 분리주의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테러 대응 작전을 벌이기로 했다”며 시위대에 14일 오전까지 점거 중인 관청 건물들에서 떠나라고 경고했었다.

우크라이나는 또 북크림운하를 통해 크림에 공급하는 관개용수를 초당 50㎥에서 초당 16㎥로 3분의 1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에는 크림을 단죄하는 차원에서 전력 공급을 절반 줄였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런 대응은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의 병합을 추진할 때와 다르다. 당시엔 적극적으로 저지에 나서지 못했다. 자치공화국이라는 지위, 러시아와의 역사적·지정학적 유대, 군대까지 동원한 러시아의 지지, 과도정부의 한계 등이 통제력을 무력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동부 지역에 대한 영향력까지 잃는다면 친러시아계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친서방 야권의 능력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가 내전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경책만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의회 지도부에 동부 지역의 자치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의회가 동의한다면 (5월 15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반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10여개 도시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위기 상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논의에 회부하겠다”며 “우크라이나의 내전을 피하는 방안은 오로지 서방에 달렸다”고 호소했다. 크림반도를 놓고 갈등이 벌어질 때 서방의 개입을 비판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위대 무력 진압에 나서면 17일 예정된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간 4자 협상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유럽연합(EU) 외무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소요사태에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고 보고 러시아에 대한 3단계의 본격적인 경제제재를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