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개혁파 상징 후야오방 참배… 시진핑·후진타오 ‘정치 연맹’ 촉각
입력 2014-04-15 02:31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행보가 눈에 두드러진다.
지난 9일 후난(湖南)대학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11일에는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후야오방(胡耀邦) 전 당 총서기 별세 25주기(15일)를 앞두고 그의 옛집을 찾아 참배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4일 전했다.
주석 직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고향인 안후이(安徽)성을 찾은 것 말고는 좀처럼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던 그였다. 후 전 주석이 후난성 류양시 중허(中和)진 창팡(蒼坊)촌에 있는 후야오방의 옛집을 찾기는 처음이다.
이번 행사에는 쉬서우성(徐守盛) 후난성 서기와 두자하오(杜家毫) 후난성 성장이 내내 수행했다. 후 전 주석은 부인 류융칭(劉永淸) 여사와 함께였다. 그는 먼저 후야오방 기념관을 찾아 참배하고 헌화했다. 그 뒤 유물 진열관을 참관하고 후야오방이 생전에 살았던 집을 둘러보는 등 1시간가량 이곳에 머물렀다. 이 소식을 다룬 인터넷에 올려진 글과 사진은 모두 삭제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로 정국이 어수선한데다 천안문 사태 25주년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학자 가오위(高瑜)는 “현직 성 서기와 성장이 후 전 주석을 수행토록 하는 데는 당연히 시 주석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시 주석과 후 전 주석이 일종의 ‘정치 연맹’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후진타오가 개혁파의 상징적 인물 후야오방을 참배한 것은 현재 시 주석이 밀어붙이고 있는 부패 척결에 대한 지지 표시라는 해석이다. 시 주석으로선 ‘상하이방’ 리더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쪽에서 제동을 거는 상황에서 후 전 주석의 정치적 도움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가오위는 이에 대해 “후진타오와 시진핑 사이에는 부패 척결을 둘러싸고 서로 이견을 보일 게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후야오방과 후진타오는 모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당) 제1서기 출신으로 후야오방은 후진타오에게 정치적 스승이다. 후진타오는 ‘당내 1인자’로 지목된 뒤 후야오방 묘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울 정도로 그를 존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후진타오의 이번 참배를 놓고 후야오방에 대한 복권이 멀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지금 천안문 사태 재평가에 섣불리 손을 댔다간 당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야오방의 아들 후더화(胡德華)는 아버지에 대한 복권과 관련해 “남송 때 무장 악비(岳飛)는 조정에 의해 억울하게 죽었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며 “관에 의한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Key Word-후야오방
화궈펑(華國鋒)에 이어 1981년 당 주석에 올랐고 82년 12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가 됐다. 80년대 개혁파의 대표적 인물. 87년 ‘자산계급 자유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보수파의 공격으로 실각했다. 89년 4월 15일 그가 사망하자 학생들의 추모 열기가 천안문 사태(6월 4일)로 이어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