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학교폭력 사태… 어른들 뭐하고 있었나
입력 2014-04-15 02:11
아동학대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한 학교에서 교내 폭력으로 2명의 학생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사건이 터졌다. 경남 진주외고 2학년생이 지난 11일 밤 교내 기숙사에서 1학년생을 훈계하면서 구타해 숨지게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이 학교 1학년생끼리 싸우다 한 학생이 숨을 거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연거푸 일어날 수 있는지 놀랍고 참담할 뿐이다. 더욱이 첫 사망사건 뒤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상담하던 중 유사한 사건이 재발한 점은 이해가 안 된다.
피해 학생의 가족들,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은 물론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기숙사에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의 걱정은 매우 클 듯하다. 진주외고의 경우 학생 402명 가운데 98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밤이 되면 기숙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감독·관리하기 어렵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기숙사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달 말 한 학생이 숨졌음에도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 학교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두 번째 사건 이후에야 학교법인에 학교장 직위해제를 요청하고 도내 86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점검에 나섰다. 고영남 경남도 교육감의 부인이 이 학교 이사장이며, 고 교육감은 이 학교 교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경남도교육청의 대처가 미적지근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아닌지 모르겠다. 파문이 커지자 이사장은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마무리돼선 안 된다. 교육 당국의 강도 높은 대응이 절실하다. 철저한 감사를 벌여 책임지울 사람이 있다면 엄히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 가운데 현장과 괴리가 있는 부분은 없는지 치밀하게 점검해 보다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진주외고 사건에서 보듯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은밀한 곳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