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공천 이전에 고무줄 경선 룰부터 손보라
입력 2014-04-15 02:21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6·4지방선거에 나설 후보 공천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 공천작업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할 모양이다. 하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곳곳에서 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잡음과 소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후보자의 선거관리위원회 등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공천 룰조차 확정하지 못한 곳도 있다.
이런 모습은 정치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보편적이고 일관된 룰에 따라 공직후보를 선출하니 애초 잡음이 생길 여지가 없다. 민선 6기 지방자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공천 잡음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당의 고유 업무 가운데 공직후보 선출보다 중요한 기능은 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신들의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 후보의 당선은 필수조건이다.
후보 선출을 둘러싼 잡음은 여야의 공천이 곧 당선과 동일시되는 영·호남에서 특히 심하다. 이들 지역에선 탈당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후보 선출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도부 입맛에 따라, 공천경쟁에 뛰어든 인물에 따라 룰이 들쭉날쭉해서 벌어진 결과다. 후보 선출 방법과 과정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일 경우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말 못할 사정이 없지 않고서는 다른 잣대를 사용할 까닭이 없다. 오죽하면 ‘위인설룰’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싶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고 하지만 예외는 그야말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하나의 룰을 정해 놓고서 예외조항을 두고, 전략공천 등의 명목으로 또 다른 예외조항을 둔다면 그건 이미 룰이 아니다. 이현령비현령식 공천을 하는 여야는 개혁공천을 운위할 자격이 없다. 말이 좋아 개혁공천이지 당 지도부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박심’ ‘안심’이 아무 근거 없이 나도는 얘기가 아니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경우 구 민주당 측과 안철수 의원 측의 지분 나눠 먹기식으로 공천한다면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과 같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추진했던 새정치연합이 개혁공천이란 미명 하에 기초단체장 공천에 개입하겠다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물갈이는 불가피하더라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여 대폭적인 물갈이가 안 의원 측을 배려하기 위한 포석이라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보나마나다.
예측 가능성이 클수록 선진정치에 가깝다. 후보 선출과정이 이렇게 예측 불가능해서는 우리 정치의 발전도 정당 민주화도 백년하청이다. 모든 지역에서, 여야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