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져 보셨는지요… 독일·프랑스 젊은 아티스트 트리오 ‘소리, 빛, 시간…’ 展

입력 2014-04-15 02:09


2002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국내 첫 사진전문미술관으로 개관한 대림미술관은 그동안 다소 고전적인 패션 관련 사진전시를 주로 열었다. 그러다 지난해 젊은이들의 다양한 표정을 촬영한 미국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의 ‘청춘, 그 찬란한 기록’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젊은 작가의 흥미로운 작품과 다양한 이벤트로 4개월 동안 20만 관객을 모았다.

올해 첫 기획전 역시 세계 미술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톡톡 튀는 젊은 작가를 초청했다. 10월 12일까지 열리는 트로이카(TROIKA)의 ‘소리, 빛, 시간-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이 그것이다. 트로이카는 독일의 코니 프리어(38)와 에바 루키(38), 프랑스의 세바스찬 노엘(37)로 구성된 아티스트 트리오. 구름이 움직이는 소리, 바람을 만지고 빛의 수면 위로 걷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과학과 예술의 접목, 기술과 감성의 융합을 주제로 함께 작업해왔다. 트로이카를 유명하게 만든 건 2008년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 설치한 작품 ‘Cloud(구름)’였다. 공항의 출발·도착 안내판을 응용해 4638개의 플립(flip) 장치를 달아 만든 구름 모양 작품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떠나는 공항의 풍경을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으로 표현한 것이다.

트로이카는 기계 장치나 전자기기 등의 인공적인 기술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운 빛과 소리를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됐다. 2010년 중국 상하이엑스포에서 영국 출신이 아닌데도 영국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상·드로잉·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첨단기술에 마취된 현대인의 삶을 톡톡 건드린다. 크리스털 프리즘으로 빛을 굴절 시켜 그 속으로 걸어가게 만든 ‘Falling Light(낙하하는 빛)’, 검은 잉크 한 방울이 동심원 형태의 다채로운 색깔로 번져나가는 과정을 담은 ‘Small Bang(스몰 뱅)’, 전자파를 이용해 음악을 연주하는 ‘Electroprobe(일렉트로프로브)’ 등이 감성을 깨운다.

형형색색의 밧줄을 물줄기처럼 뿜어내는 형상으로 분수를 재현한 ‘Persistent Illusions(끝없는 환상)’,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가는 연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Labyrinth(미로)’, 강력한 전기 불꽃으로 종이를 태우며 그려낸 ‘Light Drawing(빛 드로잉)’ 등이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어제 날씨를 예보하는 ‘The Weather Yesterday(어제의 날씨)’는 순간순간 삶의 의미를 짚어보게 한다.

트로이카에게 영감을 준 영화를 상영하는 ‘무비나이트’, 여름철 저녁 9시까지 각종 이벤트를 벌이는 ‘팝 나이트’ 등이 마련된다. 대림미술관은 2012년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에 젊은 작가들의 창작공간인 ‘구슬모아 당구장’을 개관했다. 대중들이 쉽고 친근하게 예술을 향유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지향하는 대림미술관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02-720-066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