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구원의 기쁨 점점 잃어가… 선한 양심으로 세속화 이기는 복음을”

입력 2014-04-15 03:14


베드로전서 강해집 ‘십자가와 선한 양심’ 펴낸 채영삼 교수

채영삼(50) 백석대 신약학과 교수는 한국교회에 ‘번지 점프하는 크리스천’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노아의 방주에는 크리스천들이 타고 있다. 이미 구원을 받은 이들이다. 처음에는 구원의 기쁨을 만끽하며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쁨은 약해진다. 크리스천들은 사방으로 둘러싸인 바다에서 무료해진다. 방주는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 멈춰 있다. 그러자 이들이 재미있고 스릴 있는 번지 점핑을 생각해 낸다.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예정론’이라고 적힌 구명 튜브를 몸에 묶고 물로 뛰어든다. 물은 여기에서 죄를 말한다. 튜브가 방주에 묶여 있기 때문에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 그러나 번지 점핑 재미에 빠져 결국에는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죽는다.”

채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런 모습이라며 하나님 나라를 향해 순례의 길을 떠나라고 권면하기 위해 베드로전서 강해집인 ‘십자가와 선한 양심’이란 책을 펴냈다고 14일 밝혔다. 채 교수는 연세대, 총신대 신대원(목회학 석사)을 나와 미국 칼빈신학교에서 신약학(신학석사)을 전공하고, 트리니티 신학대학원에서 마태복음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태복음의 이해: 긍휼의 목자 예수(2011)’ ‘야고보서의 이해: 지붕 없는 교회(2012)’ 등 신약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세속화 복음의 종말 선언=십자가와 선한 양심은 베드로전서의 주제다. 베드로전서는 소아시아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베드로가 보낸 편지로, 세상 속에서 고난 받는 크리스천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이다.

채 교수는 “야고보서가 세상과 하나님을 향한 ‘두 마음’을 버리라고 가르쳤다면 베드로전서는 교회가 세상을 어떻게 지나가야 하는지 가르쳐준다”며 “오늘날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데 탁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베드로가 전한 복음과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복음을 비교하며 한국교회 문제의 핵심은 ‘세속화된 복음’이라고 강조했다. 본래 복음은 예수를 믿어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않는 나라’를 얻어 이 세상을 나그네처럼 지나가는 것인데, 우리는 “예수 믿으면 복 받고 잘 산다”를 전한다고 지적했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메시지는 하나님도 사랑하고 세상도 사랑하는, 세상과 하나님을 향한 두 마음을 정당화시킨다는 주장이다. 각종 비리, 소송 등 교회에 시험이 끊이지 않고 교회가 세상을 이겨야 하는데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채 교수는 ‘복음의 정체성’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 믿으면 당연히 복을 받아요. 하지만 그것이 본질이 아닙니다. 복을 강조하면 예수 믿는 이들을 예수에게 이끌지 못해요. 세상의 한복판으로 이끄는 것이죠.” 그는 예수를 믿어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 물결에 휩쓸려 세속화되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서 예수를 믿고, 예수를 배워, 예수를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음의 정체성이 회복되면 세상과 교회가 서로 낯설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베드로가 말하는 교회는 세상을 지나 하나님 나라로 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속에서 교회는 ‘여행자’ ‘체류하는 외국인’이다. 여행객과 여행지의 현지 주민이 서로 낯설 듯 교회와 세상이 서로 낯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교회가 이질적이지 않고 너무 세상적이어서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충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한 양심으로 세상과 소통하라=채 교수는 또 베드로전서에 나오는 ‘선한 양심’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전도하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양심은 ‘함께 의식’을 의미하는 보편적인 마음의 기능이다. 여기에서 ‘함께’는 ‘하나님과 함께’를 의미했다. 하지만 사람이 하나님을 떠나면서 하나님과 함께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예수를 통해 그 양심을 회복시켰다. 이 회복된 양심이 곧 ‘선한 양심’이다.

‘선한 양심’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최선의 도구라고 베드로는 설명한다. 채 교수는 믿음이란 용어가 교회에서는 통용되지만 세상 사람들은 잘 모른다며 베드로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믿음을 알아들을 수 있게 선한 양심으로 번역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도 교회 안에서 소통하는 식으로 소통하려 들어요. 크리스천이 방언하고 예언한들 세상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채 교수는 전도도 선한 양심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에 가서 땅밟기를 한다고 세상이 복음을 알아주는 것이 아니에요 교회가 자기의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고 세상의 억울한 자를 위해 싸울 때 사람들이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가 세상 사람들을 꾸짖고 부끄럽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교회를 꾸짖고 있다면서 교회의 양심이 세상 사람들의 양심보다도 못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그런데도 계속 부흥만 부르짖으며 앞으로 가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도한다고 점포에 들어갔다가 주인과 싸우고,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부모에게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갑니다’라고 외치는 것이 맞는 것이냐고요? 모두 전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지만 선한 양심과는 거리가 멀어요. 오히려 세상 사람들에게 탁월한 감동을 줘서 ‘교회 다니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라고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채 교수는 다시 한번 ‘현세주의적 복음운동’의 종말을 강조했다. 1970년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는 “예수 믿고 복을 받자”는 메시지가 필요했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둔 현 시대에 그 같은 메시지의 유통기간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교회가 이겨나가야 할 것은 가난과 비참, 절망이 아니라 세속화입니다. 광복 이후의 가난과 절망의 세대에게 교회가 복음을 통해 소망을 줬다면 이제는 세속을 이기는 복음을 새롭게 제시해야 합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