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정복 프로젝트] 한국로슈 항암제사업부 신정범 상무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 보험급여 적용”
입력 2014-04-15 02:53
항암 치료의 역사를 바꾼 HER2 표적 단일클론 항체 항암제 ‘허셉틴’, 혈관형성 억제 항암제 ‘아바스틴’, 단일클론 항체 항암제 ‘맙테라’. 이 항암제들은 각각의 독특한 작용기전으로 치명적인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 암 환자의 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의약품이다. 올해로 119년의 역사를 가진 로슈그룹은 이들 의약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약사이자, 전 세계 1위의 항암제 분야 리더다.
한국로슈도 ‘혁신’을 지향하는 로슈그룹 전략에 따라 한국인에게 항암제, 면역억제제, 항바이러스제 등 혁신적인 신약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신임 항암제사업부 부서장으로 임명된 신정범 상무는 지난 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로슈는 항암제 분야의 리더로서 다각화된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암 치료의 진보를 이끌고 있다”며 “혁신적인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과 최소 10∼15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혁신’만이 항암제 등 신약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로슈는 정부와의 협상 끝에 전이성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보험급여 적용을 이뤄냈다. 이에따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 신 상무는 “사실 글로벌 본사와 한국 정부 사이에서 가격 협상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에는 해당 의약품의 효능, 경제성 평가를 설명해야 하고 글로벌 본사에는 한국 정부에서 요구하는 약가의 정당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도 사기업이므로 매출 달성이라는 목표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보다 많은 한국의 환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는 것이기에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성과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로슈그룹은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알려져 있다. 한 해 그룹 매출의 18%를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로슈그룹은 매출의 약 18.6%인 87억 스위스 프랑(한화 약 10조48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R&D에 투자했다. 신 상무는 “이는 2018년 평창 올림픽 예산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비유했다.
실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발표한 ‘유럽연합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 2013’에 따르면 로슈그룹은 2010년, 2011년에 이어 3년 연속 전 세계 2000개의 기업 중 제약 기업의 투자 규모로 1위를 차지했다.
로슈그룹은 전세계 8개국에 18개 곳의 R&D 시설을 보유했다. 일본의 쥬가이 제약을 포함한 3개의 독립된 연구 개발 부서도 가지고 있다. 로슈그룹이 지분의 100%를 보유한 제넨텍은 인수 후에도 독립적인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막대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신 상무는 “최근에는 외부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Open Innovation’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 등 150개 이상의 기관과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슈그룹은 한국인 의료진과도 많은 협력관계를 이뤄내고 있다. 신 상무는 “한국의 의료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로슈도 이 같은 우수성을 인식하고 임상 초기 단계부터 국내 우수 연구진의 참여를 확대해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슈는 2002년 이후 총 99건의 다국가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며, 총 508개 기관 및 5183명의 환자가 임상연구에 참여했다.
혁신적인 신약개발을 일궈낸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 상무는 “로슈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패를 관대하게 수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진정 혁신을 원한다면 한국 제약사도 실패를 용납하는 기업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