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는 “내가 유방암 환자면 좋겠어요”라는 광고가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생존율이 낮은 다른 암환자들이 유방암보다 더 심각한 암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로, 유방암 환자 단체들의 심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그러나 생존율 98%를 보이는 유방암은 1기인 초기암이고 전이성 유방암은 생존율이 30% 정도로 매우 낮다.
한국유방암학회 ‘유방암 백서 2013’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발생 건수는 약 1만6000건으로 발생률과 함께 사망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유방암 환자 중에서 전이가 있는 2기 이상의 환자 비율이 약 43%로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 또한 유방암은 재발률이 20∼30% 정도로 암세포의 성장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 10년 후에도 재발 또는 전이가 되기도 한다. 재발을 경험한 환자의 50% 이상이 또다시 재발하는 악순환을 겪는데, 유방 외 부위로 전이됐을 경우 치료가 어려워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 재발과 전이가 되지 않았는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주부 김상희(37·가명)씨는 둘째 아이 모유 수유 중에 멍울과 같은 것이 만져지는 것을 느꼈지만, 임신 기간과 맞물려 임신 증상 중 하나로만 생각하고 병원 진료를 미뤘다. 결국 출산 이후 멍울이 계속 만져져 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시기가 늦어 병원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전이 범위가 넓게 퍼져 수술도 불가능했다. 다행히 김씨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HER2 양성임을 확인해 HER2 표적치료제를 통해 치료 받아 현재는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정도의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표적치료제는 특정 표적만 공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성은 물론이고 기존 약물 독성으로 인한 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해 환자들이 삶의 질 향상과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현재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약 50%는 질병이 다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나, 보다 효과적인 약물을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존 표적치료와 다른 기전의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추가적인 생명 연장을 입증한 바 있다.
정경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김씨와 같이 전이성 유방암을 진단 받았더라도 바로 환자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면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며 “최근 정부가 많은 표적치료제의 보장성을 높이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신약의 경우 여전히 허가에서 보험까지 기간이 오래 걸려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새로운 신약을 사용하면 보험이 인정되는 기존 치료약값조차 100% 모두 환자가 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고 제도적 한계를 지적했다.
한편 최근 보건복지부가 유방암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해 유방암 중 예후가 불량하지만 표적치료제로 잘 치료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세부적인 치료제 적용 범위와 선정 기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생존율 30%… 전이성 유방암, 관심이 필요하다
입력 2014-04-15 02:52 수정 2014-04-15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