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인터뷰] 길병원 신동복 교수 “싱겁기만 한 음식, 암환자의 ‘먹는 즐거움’ 뺏아간다”

입력 2014-04-15 02:48 수정 2014-04-15 19:33


암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병이다. 한 달 전 먹은 삼겹살이 원인일 수 없고 연일 계속된 음주가 발병의 주범이 될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행해온 잘못된 식습관이 암 덩어리를 키운 것인데, 이를 역설적으로 따져보자면 암 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건강식단은 재발 가능성을 낮출 뿐 내 몸에 이미 자리한 암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에도 대다수 암환자와 보호자들이 지나치게 엄격한 식단에 얽매여 양질의 영양 섭취를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임상암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동복 교수(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암환자가 많다. 탈수 및 저혈당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오는 암환자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영양관리가 어렵다. 이럴수록 환자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보호자는 이와 거꾸로 완치라는 명목 하에 일반인들에게도 맛없는 음식을 암환자의 식단으로 짠다. 가령, 환자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 자주 먹여서 영양공급을 우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종양 제거 수술 후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앞둔 암환자라면 빨리 몸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때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실제 암환자들은 채식 위주로만 식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신 교수는 암 치료 과정을 ‘체력전’에 비유하며 체력을 보충해줄 수 있는 단백질 섭취가 항암치료 성과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체력이 떨어진 환자는 후속치료를 받을 수 없을뿐더러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암치료에 들어간 환자는 입맛이 변하고 식욕이 떨어진다. 치료를 거듭할수록 부작용에 따른 고통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치료를 중단할 수도 없다. 대안은 단순하게도 ‘더 잘 챙겨 먹는 것’이다. 신동복 교수는 “잘 먹어야만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다. 싱거운 음식들로만 채운 식단은 식욕부진을 개선하지 못하고 악화시킬 뿐이다. 짠 것, 불에 그을린 것, 상한 것 등을 제외하고 암환자가 되기 이전에 즐기던 음식이라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교수는 메스꺼움, 식욕부진 등 항암제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식욕을 촉진하는 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현재 ‘메게이스(성분명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는 항암치료에 따른 식욕부진 또는 원인불명의 현저한 체중 감소를 겪고 있는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는 약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초기에는 유방암 치료제로 사용됐지만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상당히 좋아 지금은 식욕촉진제로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복용 시 일시적으로 부신 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해서 복용 간격을 필수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정상인은 몇 끼 굶어서 체중이 감소해도 신체 기능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암환자의 체중 감소는 대사 장애를 유발한다. 따라서 보호자들이 귀동냥으로 얻은 영양정보에 치우치지 말고, 환자가 먹고 싶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약의 도움을 받아 정상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복 교수는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이 차지하는 부분은 상당한데 이는 암 환자도 마찬가지”라며 “치료 과정에서 많은 고통이 수반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줄이는 것이 완치와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