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들의 이야기-건국대병원 ‘에델바이스’] “비슷한 처지 동료들 만나 생각·감정 공유”
입력 2014-04-15 02:45
낯선 곳에서 만난 가이드는 여행자에게 가장 편한 길을 알려준다. 암 환우회는 ‘완치’로 가는 고된 여행 중에 만난 가이드로, 암이 낯설고 두려운 이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심어주고 더불어 영양가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완치로 가는 좀 더 쉬운 길을 안내한다. 건국대병원 유방암 환우회 ‘에델바이스’는 100여명으로 구성된 비교적 작은 규모의 환우회지만 구성원은 다양하다. 인천, 용인, 이천 등 각지에서 환우들이 찾아온다.
에델바이스를 책임지고 있는 회장 강영자씨는 3년 전 모든 치료를 끝냈다. 암 환자일 당시에도 환우회 활동을 열심히 한 그녀지만 완치 후에도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강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을 만나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며 “이것이 에델바이스를 계속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에델바이스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노래교실을 연다. 인터뷰를 위해 강씨를 찾은 날도 에델바이스 회원들의 노래연습이 있는 날. 강씨는 “암을 안고서도 일상을 얼마나 즐기는지가 완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회원들과 함께하는 모든 활동이 내가 암환자란 사실을 잊게 해 주어 치료 과정이 힘들더라도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유방암은 질환의 특성상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을 잃을 수 있는 병이다. 이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괜한 자격지심으로 외로워진다. 치료 중은 물론이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에델바이스에서는 남편에 대한 고민이나 암에 대한 걱정을 진심으로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델바이스의 장점을 묻자 강씨는 회원수가 적은 점을 들었다. 그녀는 “적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서로에게 눈길 한 번 더 가게 되고 손 한 번 더 잡게 된다. 그렇다 보니 내성적인 환우일지라도 소외되는 법이 없다. 비록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우도 있지만 함께 모여 합창연습을 하고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또 하나의 가족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우회 활동을 염려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환자가 환우회를 통해 암을 극복한 사례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대체요법과 보완요법 등에 심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정현 건국대학교의료원 의료원장은 “환우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환우일수록 해당 병원에서 진행하는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며 “유방암의 길을 먼저 걸었던 암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듣되 자신의 상황에 맞는 조언만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현명함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의료원장은 “환우회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건강한 인간관계는 투병 중 겪는 심적인 고통을 상당히 덜어주어 향후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