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서울아산병원, 개인별 유전자 따라 맞춤형 치료… ‘암 정복’ 선도
입력 2014-04-15 02:41 수정 2014-04-15 19:36
서울아산병원은 ‘개인 맞춤형 암 치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용한 혁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용된 표준적 암 치료법은 더 이상 암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췌장암처럼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암이 존재함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 도입이 시급하다. 이에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개소하고 개인 맞춤형 암 치료에 본격 나서고 있다.
유전체 기반 맞춤 암 치료란 암환자 개인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보고 그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한다는 개념이다. 암에는 엄청난 다양성이 숨어 있다. 임상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종양도 분자적 특징이 다르고 종양이 퍼지는 기전도 다를 수 있다.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그 환자 종양의 분자적 특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유창식(사진)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소장은 “유전체학, 분자생물학 분야의 발전을 통해 암의 발생기전이 상당 부분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암 발생기전 단계마다 작용하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런 유전자만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제가 나올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암환자가 동일한 치료를 받았고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이 비싼 의료비를 부담하면서 겪지 않아도 될 부작용을 겪었지만 이제는 첫 번째 치료 단계부터 환자에게서 특이한 유전자형이 발견된다면 약 선택부터 달리해서 불필요한 고통과 시간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유수의 병원들도 암 유전체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폐암, 대장암, 악성 흑색종 환자 550여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암 치료’ 기술을 올해부터 실행할 계획이다. 이는 인체 암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에 대해 유창식 소장은 “임상경험이 부족하면 표적치료와 개인 맞춤형 치료 연구의 지표가 될 유의미한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는데 이곳의 암 수술 경험 및 환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지난 2006년 선진국형 통합진료 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소위 빅4라는 대형병원에서도 통합진료를 실천한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통합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면 암의 진단,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각각 담당하는 전문의가 한 방에 모여 치료계획을 세운다. 모든 것이 낯선 암환자가 각 분야의 명의들이 한데 모여 자신의 암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치료에 대한 확신도 설 것이다.
이에 대해 유창식 암센터 소장은 “젊었을 때 세계 최고라는 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곳의 의사들은 자신의 병원이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일을 한다. 가령 어려운 환자 사례가 찾아오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한다”며 “우리 병원도 과학적 어려움, 재정적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항상 따라붙지만 ‘우리가 못하면 환자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치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풍부한 고난도 수술 및 치료 경험을 발판 삼아 새로운 맞춤형 암 치료 개발의 성공을 앞당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