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웅식의 빛으로 치료하는 암] 수천년 전 동양에선 정신병도 빛 치료 시도

입력 2014-04-15 02:49


광역학 치료의 역사 [상]

빛을 이용한 질병 치료에 대한 역사를 볼 때 그 효시가 되는 사람들로는 희랍의 철학자들이었고, 그 중 아리스토텔레스는 많은 관찰과 사색을 통한 그의 저서 ‘자연학’에서 빛이 파동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빛을 이용해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기 시작한 것은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 인도, 중국 등 동양에서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빛을 사용해 왔다. 특히 피부질환인 건선, 백반증, 암, 구루병, 심지어는 정신병까지도 빛을 이용한 치료를 시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는 햇빛을 이용하여 질병치료를 시도한 기록이 있다. 전신을 햇빛에 노출시키는 치료 즉 일광욕을 치료에 이용했는데, 이때 옷을 벗고 햇빛에 일광욕하는 것이 유행했다. 당시 유명한 그리스 의사인 헤로도토스(Herodotus)는 일광욕 치료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데, 그는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 건강 회복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기독교의 출현으로 태양신 숭배 및 햇빛을 이용한 치료는 우상 숭배화돼 이교도로 취급되기도 했다.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햇빛을 사용하면 구루병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다시 정립됐고, 19세기 들어서 의사 코빈(Cauvin)은 1815년 햇빛을 이용해 결핵, 구루병, 괴혈병, 류머티스, 신경마비, 부종, 근육질환 등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빛을 이용한 광선치료는 덴마크 의사 닐스 핀센(Niels Finsen)에 의해 과학적으로 더욱 발전했는데, 피부 결핵환자의 치료에 탄소 아크(carbon arc) 광선요법을 개발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02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당시 핀센은 페로 제도(Faroe Island)에서 태어나 북극권에서 낮과 밤이 대비되는 것에 흥미를 가져 살아있는 생물체에 대한 빛의 효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핀센은 곧 실험에 착수해 천연두 환자를 치료하는 데 빛(red light)을 쪼여 피부가 곪는 것을 예방하는 논문을 1893년에 발표했다. 그 후 햇빛에서 살균작용이 있는 성분을 발견해 자외선으로 피부결핵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1896년 코펜하겐에 Finsen Light Institute가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당시 알렉산드라(Alexandra) 공주는 후에 에드워드(Edward) 7세와 결혼하게 되는데 이때 핀센의 이 같은 발견을 영국에 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London Hospital의 의사들에게 빛을 이용한 광선요법을 하도록 지원했다. 오늘날 광선치료가 가장 널리 이용되는 분야 중 하나가 신생아 황달의 치료인데, 이는 약 30년 전 엑세스(Essex)에 있는 Rochford Hospital에서 Cremer 등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광선요법이 빛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라면, 광역학 치료는 조직 내에 광과민물질을 주입하여 빛의 작용으로 그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한 것은 BC 14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도에서 백반증의 치료에 소랄렌 성분을 함유한 식물 보과지(Psoralea corylifolia; 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 개암풀)의 씨를 사용한 내용이 인도의 신성한 종교서적 아타르바베다(Atharva-veda)에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고대의 광치료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식물 유래의 소랄렌(psoralen)을 사용했으며, 그것이 햇빛의 자외선 에너지에 의해 활성화됐다. 근대의 빛 기반 치료법으로는 천연두와 결핵의 치료에 빛을 사용해 임상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중요하게 보고한 핀센의 연구가 있었다. 1800년대 후반에 이르러 핀센은 일반적으로 아크램프를 이용한 빛 치료법 클리닉을 열었고, 강한 광범위 빛 조사를 임상적으로 실시했다. 그의 치료법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그 후 다수의 병원이 이러한 치료법을 적용했다.

국제광역학학회 회장 (원광대 산부인과 교수)

◇광역학 치료의 역사[하]는 5월 20일 ‘암과의 동행’ 섹션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