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침반] 갑상선암과 환자의 알권리
입력 2014-04-15 02:50
최근 갑상선암과 관련된 논란의 요점은 과잉 진단과 과잉치료이다. 갑상선암이 한국에서만 10년 사이에 15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 수치를 보면 과잉 진단부분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원래 갑상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결절이 생기기 쉽고 수십년 후 이 중 아주 일부에서만 나쁜 암으로 변해간다. 따라서 전체 갑상선 결절 중 암일 경우는 매우 적고 심각한 암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만일 폐암이나 간암처럼 위험한 암이라면 치료할 것인가 지켜볼 것인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갑상선암의 경우는 여러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먼저 지켜볼지 아닐지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1cm 이하의 경우는 지켜보다 커지는 경우 수술을 해도 부작용이나 전이률, 생존율에 영향이 없었다는 보고도 있어 미혼의 경우나 당장 수술할 형편이 못 되는 경우 지켜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수술을 받기로 결정을 했다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암을 포함해 갑상선을 일부만 제거하고 갑상선 호르몬을 평생 복용하는 것을 피할 것인가, 모두 제거하고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20년간 2만명 이상의 환자를 연구한 한 미국의 연구에서 1cm 이하의 갑상선 암을 부분 절제한 경우나 모두 제거한 경우 생존율과 전이률에 차이가 없었다. 만일 부분 절제술 생존율이 96%이고 전절제술 생존율이 97%라는 설명에 부분 절제술을 선택했을 환자가 의사로부터 이런 설명 없이 전절제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들었다면 그 의사는 환자의 알 권리를 박탈한 것이다. 환자는 가능한 다양한 방법의 장단점을 듣고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갑상선학회의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이 권고안은 내분비 내과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거의 모든 갑상선 암을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절제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부분 절제할 수 있는 경우를 나열하고 있다. 즉 이 권고안은 전절제술을 원칙으로 하는 의사들에게 아주 작은 유두암조차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권고안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권고안은 결코 치료지침이 아니며 단체마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권고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실제 미국갑상선학회 권고안 제정에 참여한 동일 의사들 여럿이 미국 국립암네트워크 권고안에도 참여, 이 둘의 권고 사항에 차이가 있어 권고안이 순수하게 환자 편에서 제정된 것이 아니라 소속 단체의 입장도 반영했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의사들이 미국갑상선학회의 권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갑상선 전절제술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됐다는 점이다. 마치 권고안이 갑상선암 모두 제거 면허증처럼 사용돼 아무리 작아도 모두 절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게 됐다. 아무리 착하고 작더라도 일단 암이라면 사람들은 놀라고 낙심하게 된다. 이런 환자들에게 암이니까 전이될 수 있고 죽을 수 있다는 단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은 아닐까? 이렇게 지켜볼 수 있는 기회도 갖지 못하게 하고 극단적 치료를 강요한다면 환자의 알권리를 박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양식 있는 의사라면 과장 없는 진실을 설명해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용식 교수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 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