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직원이 30억 불법대출… 넉달간 쉬쉬
입력 2014-04-14 03:24
인감 위조 대부업체 돈 빌려
한화생명 직원이 30억원에 달하는 돈을 회사 이름으로 몰래 빌려 금융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해당 사실을 4개월이 넘도록 숨겼다. 시중 은행·카드사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를 강 건너 불구경했던 보험사 역시 내부 통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한화생명 직원 A씨와 지인 B씨가 짜고 대부업체에서 30억8000만원을 부당 대출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출을 직접 받은 B씨는 A씨가 도용·위조한 한화생명의 법인 인감증명서와 대표이사의 인감, 지급확약서를 이용했다. B씨는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18일 부당대출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숨겼다. 현재 금융기관은 소속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면 인지한 즉시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한화생명은 보고 대신 이튿날 자체 감사를 실시해 A씨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지난해 12월 11일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지난달 7일 A씨를 면직 조치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대부업체가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면서 부당대출 사실이 금감원의 귀에 들어가게 됐다. 한화생명은 상환 의무가 없음을 대부업체에 통지한 뒤인 지난 9일에야 금감원에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
금감원은 취약한 내부 통제 시스템은 물론 사고 내용을 즉시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 중요 문서인 법인 인감증명서 등을 도용할 만큼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특히 사고를 알고도 넉 달이나 지나 알린 것에 대해 엄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