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22년 만에 比 진출 길 터… 중국 포위

입력 2014-04-14 03:19

軍시설 접근·이용 협정 합의… 28일 오바마 방문 최종 서명

미국과 필리핀이 미군의 필리핀 내 군사기지 이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협정에 합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미 일본에 진출해 있는 미군이 필리핀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남중국해 일대에 영유권 공세를 강화하려는 중국을 포위하는 형국이 됐다.

피오 로렌조 바티노 필리핀 국방차관은 13일 양측이 8개월간 협상한 끝에 필리핀 정부가 요청할 경우 미군이 필리핀의 군사시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군사협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티노 차관은 미군의 영구 주둔, 군사기지 신설, 핵무기 반입 등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필리핀 헌법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마닐라 방문 때 이런 내용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최종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은 아시아 진출 거점인 필리핀에 22년 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군은 냉전 종식 이후인 1992년 필리핀에서 완전히 철수했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의 필리핀 복귀는 최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미국 정부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영유권 공세가 강화되자 전투기와 해군 함정을 필리핀에 지속적으로 파견하는 등 필리핀과의 군사 공조를 강화해 왔다. 실제 영유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필리핀을 찾은 미 해군 함정은 149척으로 전년보다 무려 68%나 많았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마닐라 방문 기간 EDCA 협정 체결 외에도 필리핀과의 전통적인 군사 공조를 과시하고 중국에 보이지 않는 경고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방문이 미국의 아태 지역 진출과 영향력 확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