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변화없다” 지만… 6者 ‘뭔가 다른’ 4월 행보
입력 2014-04-14 03:56
잇단 물밑 회동 잰 걸음… 대화 국면 재전환 가능 주목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6자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을 시작으로 한·미·일 및 한·중 회동은 물론 미·중 만남도 예고되는 등 당사국들의 연쇄회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연쇄접촉이 5년 넘게 표류 중인 6자회담에 모처럼 훈기를 불어넣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당사국들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만큼 파괴력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6자회담 당사국 잰걸음=6자회담 당사국들의 4월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3월 북·중 회동에 이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7일), 한·중 회동(11일)이 이뤄졌고, 우다웨이 대표와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만남(14~17일)도 예정돼 있다. 이번 회동은 북한의 의중을 떠본 중국과 3국 회동을 통해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키로 한 미국이 서로 만나는 만큼 서로의 카드를 꺼내 보이면서 절충점 찾기에 나설 기회라는 의미가 있다.
사실 한·미·일 3국과 중국은 ‘북핵 불용, 추가 핵실험 반대’라는 원칙에서는 전폭적인 협력을 해왔지만 비핵화 대화 재개를 둘러싼 각론에선 적잖은 이견을 보여왔다.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대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요구하는 ‘선조치 후대화’를 강조한 반면 중국은 먼저 대화를 열어 비핵화 조치를 논의하자는 ‘선대화 후조치’에 중점을 둬왔다. 결국 이번 회동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양측 입장의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 재개보다는 추가 핵실험 방지 차원?=그러나 이 같은 6자회담 당사국 간 연쇄회동이 곧 비핵화 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북한이 6자회담 참가국과 합의했던 각종 성명과 합의들을 이미 파기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북한을 믿고 대화에 참여하자는 수준의 공감대가 바로 형성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행정부와 의회 내에선 아직도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정부 소식통은 13일 “6자회담의 큰 흐름이 바뀌기 위해서는 여전히 먼저 해결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연쇄적인 당사국 회동은 북한이 거듭 밝힌 추가 핵실험을 일단 막아보자는 단기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에 무게감이 실린다. 실제로 최근 한·미·일, 한·중 회동에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대응책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1일 비핵화 대화 조건에 대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고 북핵 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관건은 북한의 태도 변화=현재 공전 중인 6자회담의 판도를 바꿀 관건은 북한의 태도 변화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어떤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바뀐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극적인 반전 역시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북핵 관련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책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은 분명히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 공은 여전히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상황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최근 무력 도발 위협의 명분으로 삼았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오는 18일 종료되면 북한이 다시 대화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미·일과 북한의 의중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협상 카드를 가지고 온다면 이번 미·중 회동에서 뜻밖의 결과물이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