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깡’ 대출 사기 보조금 등 493억 피해
입력 2014-04-14 02:48
무선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 가입 유치를 위해 통신사들이 추진한 노트북 무이자 할부판매 상품이 불법 소액대출에 악용돼 493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통신사들의 과다 영업경쟁이 범행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정수)는 2012년 6월부터 1년10개월간 와이브로 소액대출(일명 ‘와이브로 깡’) 사기사건을 수사해 15개 통신사 개통대리점 업주 및 직원 21명, 대출모집책 34명, 무허가대부업자 6명, 대포통장 대여자 6명, 개인정보판매상 1명 등 모두 68명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KT와 SKT는 2009년 8월 와이브로 장기 가입자에게 노트북을 무이자 할부로 지급하는 결합상품을 판매했다. 통신사와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이 노트북을 구입한 뒤 와이브로 가입자의 인적사항과 노트북 일련 번호를 통신사 전산망에 입력하면 통신사는 한 달 뒤 노트북 대금과 와이브로 개통보조금을 정산해주는 식이다.
개통대리점과 대부업자들은 노트북 선지급 구조를 ‘깡’에 활용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와이브로 가입 신청서를 받고 30만∼70만원을 쥐어준 뒤 자신들은 노트북을 처분해 차익을 챙기고 보조금까지 받았다. 대부업자들은 하부 모집책을 동원해 인터넷 카페나 전단 등으로 소액대출 희망자를 모집했다. 하부 모집책들은 개인정보 판매상 정모(36·여)씨에게 영업에 필요한 조건을 갖춘 소액대출 희망자 정보를 ‘주문구매’하기도 했다.
대리점 업주들은 와이브로 서비스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3만4982대의 노트북을 중고시장에 헐값에 되팔았다. 노트북이 대량으로 덤핑 처분돼 노트북 판매대리점 여러 곳이 도산하기도 했다. 노트북 대금 기준으로 KT와 SKT는 각각 243억원, 196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사기단에 속은 서민 2만5627명은 할부대금과 위약금 수백만원씩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됐다. 통신사들은 요금 미납으로 인한 서비스 해지율이 대리점별로 70∼80%에 달했지만 오히려 보조금을 과다지급하며 1인당 2대까지 개통할 수 있도록 대리점 간 가입경쟁을 부추겼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