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당국, 계좌·카드 6자리 비밀번호 추진한다는데…
입력 2014-04-14 02:32
주민번호 대체 13자리 개인식별번호도 검토
금융당국이 13자리 주민등록번호의 개인식별번호 대체, 4자리 은행 계좌·신용카드 비밀번호의 6자리 확대 등 방안을 개인정보 보호 후속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 단계는 아이디어 차원에서의 신중한 검토에 가깝고, 곧장 대대적 변경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안전장치가 강화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절차적 불편이 커진다는 점이 금융당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아이디어는 많아=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이행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6자리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 과제로 검토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간 신용카드 비밀번호 자릿수 확대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스템 전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금융권이 난색을 표해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POS 단말기 해킹으로 유출된 제휴 카드의 비밀번호 자릿수가 신용카드 비밀번호와 일치하는 4자리로 드러나자 필요성이 재차 대두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효율적인 개인식별 수단이던 주민등록번호를 임시 번호로 교체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단골 메뉴’인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성별·출생지 등 여러 단서가 된다는 점, 평생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점, 다른 중요 개인정보들과 연동된다는 점 등에서 대체 여론이 컸다.
이에 금융당국은 재편집된 개인식별번호를 금융거래에 이용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3자리 주민등록번호를 ‘매핑(mapping·재편집)’하는 방식으로 임시 번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주민등록번호가 금융사기를 막는 거대한 역할을 해 왔기에 대체가 필요하다면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불편, 이것이 문제로다=다만 이러한 방식들이 다소 급진적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보안 강화로 금융소비자들이 겪을 불편이다. 예를 들어 주민등록번호가 새로운 13자리 개인식별번호로 대체되면, 인터넷·모바일뱅킹 시 이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금융소비자 스스로 체크·기억해야 할 부분을 많이 만들어 일상 금융거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불편요소를 찾아 없애는 당국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자릿수 확대에 대해 “개별 회사 차원에서 소비자 불편, 보안시스템, 해외사례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추진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자리짜리 비밀번호도 잊어버린 뒤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과연 13자리 번호를 기억이나 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인인증 비밀번호를 수 회 잘못 입력하고도 방문·본인확인 없이 전화를 걸어 고쳐 달라는 고객이 많다”며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주문도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