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광주에서… 서울에서… '공천 물갈이' 신호탄 올랐다

입력 2014-04-14 03:46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 철회에 따른 역풍을 극복하기 위해 광주와 서울에서 본격적인 개혁공천의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물갈이 대상인 현직들이 반발하고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과 안철수 공동대표 측 간 지분싸움 문제가 불거지면서 심한 내홍에 빠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광주 현역의원 5명 '윤장현 지지' 파장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 지역 국회의원 5명이 13일 6·4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로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윤 전 공동위원장은 안철수 공동대표 쪽 사람이다. 이들의 공개 지지 선언은 광주의 정치적 상징성, 안 대표의 개혁공천 방침과 맞물리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시장 경쟁에서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던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광주 광산을) 의원은 “나눠먹기식 구정치”라며 즉각 반발했다. 기초선거 무공천 번복으로 코너에 몰린 안 대표의 정치적 반격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광주발 개혁공천의 신호탄?=김동철 강기정 장병완 박혜자 임내현 의원은 광주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장현 예비후보는 명망이나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분”이라며 “새 정치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윤 예비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광주에서 시작된 거대한 새 정치의 바람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반드시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교체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강 시장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치의 정신에 정면 역행하는 것이자 구정치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의원도 “개혁공천이 실제로는 민심을 외면한 채 5대 5 지분을 통해 나눠먹기 하려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새 정치와 개혁공천을 빌미로 한 불공정한 담합정치며 시민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최고위원인 박 의원과 광주시당위원장인 임 의원에 대해서는 당직 사퇴를 촉구했다. 광주 지역 새정치연합 의원은 총 7명으로 기자회견에 불참한 박주선 의원은 “특정인 지지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 5명 지난달 긴급 회동,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현역 의원 5명의 깜짝 선언에 광주는 발칵 뒤집혔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 선언 때보다 더 큰 충격”이라며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를 전했다.

윤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한 의원 5명은 지난달 21일 광주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강 시장과 이 의원의 경선이 과열돼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면서 윤 예비후보는 가려졌고, 새 정치 이슈도 사라졌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윤 예비후보를 지지하자는 결정을 내렸고, 김한길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에도 이러한 고민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음날 강 시장과 이 의원을 차례로 만나 “지방선거에서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강 시장과 이 의원은 매우 서운함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강기정 의원은 “(공개 지지 선언으로) 광주가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가치논쟁, 안철수의 새 정치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대적 개혁공천 모멘텀 되나, 역풍 가능성은=강 시장과 이 의원은 공개 지지 선언이 윤 예비후보의 전략공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한정애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최고위원 등이) 광주 전략공천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정치적으로 예민한 광주의 민심이 전략적인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광주의 움직임을 지렛대로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개혁공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개혁공천을 주장하게 된 것이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 의원들의 집단행동 결과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개혁공천에 명분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지만 의원들과 지도부 간 교감설이 퍼지면서 민심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유근기 전남 곡성군수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가 소식을 듣고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줄 세우기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측근은 전했다. 호남과 수도권 등 안 대표 측 인사들이 경선에 출마한 곳에서 향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