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SAT 시험장 가보니… 확 바뀐 문제 응시생 당혹
입력 2014-04-14 04:11
토르·수퍼맨·울버린·아이언맨, 성격 다른 영웅은?
13일 오전 11시50분 서울 강남구 도곡로 단국대부속고교 운동장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마친 1200여명의 응시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처음 SSAT에 응시했다는 김모(25·여)씨는 “문제 수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새로 생긴 공간지각력 영역이 특히 어려웠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삼성고시’인 SSAT가 전국 85곳의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해외 응시생들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저지, 캐나다 토론토 등 3곳에서도 시험이 실시됐다. 지원자는 인턴직 2만명을 포함한 10만여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삼성은 상반기 4000∼5000명 등 올해 총 90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특히 이번 시험은 삼성의 ‘채용 실험’이 무위로 돌아간 직후 치러진 첫 시험이라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은 SSAT 학원이 생기는 등 과열 양상이 계속되자 올해 초 대학 총·학장 추천제 도입과 서류전형 부활을 뼈대로 하는 채용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개선안은 무산됐다.
대신 SSAT 시험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언어 추리 수리 상식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던 SSAT 문항에 공간지각력 영역이 추가됐다. 상식 영역에선 인문학 지식과 역사 문항이 확대됐다. 학원·과외 등을 통해 단기 집중학습으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삼성은 문항 수를 175개에서 160개로 줄였지만 시험시간은 기존과 같이 140분을 유지했다.
시험 영역이 달라지면서 난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학원생 이승엽(27)씨는 “공부해온 것과 달리 시험 유형이 달라져 혼란스러웠다”면서 “국사 등 인문학 문제도 지문이 길어 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SSAT에 두 번째 응시한 이모(26·여)씨는 “공간지각력 영역의 도형 문제나 추리가 많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언어 영역에서는 사자성어 등 한자 문제가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워서 풀 수 있는 문제를 전반적으로 많이 없앤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상식 문제에서는 최근 인기를 끈 영화 등을 활용해 상식 및 가치관을 묻는 질문이 등장해 응시생들을 당혹케 했다.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된 영웅 캐릭터인 ‘토르’ ‘수퍼맨’ ‘울버린’ ‘아이언맨’을 보기로 주고 이 가운데 성격이 다른 영웅이 누구인지 묻는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또 영화 ‘겨울왕국’과 연관지어 스케이트의 작동 원리를 묻는 문제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이런 문제는 처음 풀어봤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국사·세계사 문제들도 적지 않았다. 국사에선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과 익산 미륵사지석탑 등을 보기로 제시하고 관련 시대를 묻는 문항이 있었다. 세계사 문제는 인물 설명을 제시한 뒤 러시아 표트르 대제, 스페인 펠리페 2세, 프랑스 나폴레옹 등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를 고르게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