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순례객 구한 故 제진수씨 의사자에 선정… 가족들 “중동 평화 전기 됐으면”
입력 2014-04-14 02:42 수정 2014-04-14 10:35
지난 10일 제래미(26·여)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열린 보건복지부 의사상자(義死傷者) 심사위원회에서 제래미씨의 부친이신 고(故) 제진수(사진)씨가 의사자로 선정됐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감사 기도가 절로 나왔다. 래미씨는 13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많은 분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긴했지만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의롭다’고 인정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타인의 생명과 신체 또는 재산의 급박한 위해를 구제하다 사망하거나 신체의 부상을 입은 사람으로 ‘의사상자 예우에 대한 법률’에 따라 경제적 보상 등 국가적 예우를 받는다. 제진수씨는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 타바 인근에서 충북 진천중앙교회의 성지순례단 31명을 현지 안내하던 중 자살폭탄 테러범이 버스에 오르려 하자 입구에서 온몸으로 막았다. 테러범은 결국 버스 앞바퀴 쪽에 폭탄을 터뜨렸고, 제씨를 포함해 일부 사상자의 희생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래미씨는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의사자 신청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하나님께서 많은 도움의 손길을 붙여주셨다”고 말했다. 사건직후 충청북도는 2월 27일 국무총리가 주재한 안전관련 관계부처 장관 및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제씨를 의사자로 선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충북도는 또한 국민대통합위원회와 함께 주한 이집트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해 의사자 신청을 도왔다.
제씨의 의사자 선정 소식에 진천중앙교회 성도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진천중앙교회 김동환 목사는 13일 주일예배 설교 전 제씨의 의사자 선정 소식을 알렸다. 성지순례에 동행했던 김영철 장로는 “그간 교인들과 함께 제씨가 의사자로 선정 되기를 기도해왔다”며 “그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성도들 모두 크리스천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제씨의 큰 딸 나리(28)씨는 “아버지는 1993년부터 약 2만2500명에게 성지를 소개하시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집트와 중동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셨다”며 “한국교회 성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고, 더 나아가 이집트와 중동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