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제습·청정은 기본… 家電 똑똑한 進化, 집안이 넓어진다

입력 2014-04-14 02:35


TV 냉장고 세탁기 정도면 필수가전은 모두 갖췄다고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라 생활환경이 달라지면서 가전제품 트렌드도 바뀌었다. 이른바 ‘환경가전’으로 불리는 제품군이 등장했고, 습도와 온도 조절은 물론 공기의 질까지 관리해주는 복합가전이 나타났다.

◇황사와 미세먼지, 긴 여름…필수가전의 반열에 오른 ‘환경가전’=예전에는 단순히 습도를 조절하거나 온도를 맞춰주는 제품만 있으면 충분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이 있으면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봄·가을·겨울처럼 건조한 계절이나,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가족이 있는 가정에서는 가습기를 구비해 놓으면 됐다. 환경가전이라고 하면 그 정도를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이 부쩍 길어졌고, 폭염에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사실상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 공기의 질과 습도·온도의 변화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여기에 대처할 가전제품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크게 악화된 대기 환경은 자연스럽게 공기청정기를 등장시켰다.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하늘을 뒤덮으면서 호흡기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수요는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13일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8만대 정도로 가구당 보급률이 20%를 넘었다”면서 “공기의 질과 관련된 이슈가 늘어나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존에는 에어컨을 가동시키면 여름철 습기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길게는 5월부터 9월까지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계속 틀기에는 전기료 부담이 커졌다. 특히 가정에서 빨래를 말리려면 계속 틀어놔도 전기료 부담이 적은 제습기가 긴요하다. 제습기 시장 규모는 2009년 4만대, 2010년에도 8만대로 10만대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40만대로 성장하더니 지난해 130만대로 급증했다. 업계는 올해 250만대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화, 또 진화… 3∼4가지 기능 합친 ‘슈퍼가전’ 탄생=2012년까지만 해도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공기청정기를 따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진화된 기능이 합쳐진 제품들이 대거 등장해 제품 활용도를 높이고 전기료도 아낄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복합가전제품은 지난해 본격 출시된 에어워셔다. 에어워셔는 공기청정 기능과 가습 기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물분자가 작아 세균이 달라붙지 않고 가습기보다 넓은 면적에 퍼진다. 위니아만도의 ‘위니아 에어워셔 프리미엄 로열’은 가습·제습·청정 기능에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헤파필터를 통해 제균 기능까지 장착한 사계절용 가전제품이다.

제습기에는 공기청정 기능이 더해지는 추세다. 쿠쿠전자 ‘쿠쿠 공기청정 제습기’는 고성능 압축기를 통해 공기를 냉각하고 습한 공기를 제거하면서 3단 맞춤 공기청정 필터를 통해 세균, 바이러스, 각종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없앤다. 공기청정기 역시 최근 출시제품들은 가습이나 제습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코웨이 ‘대용량 자연가습 공기청정기’는 유해 바이러스를 99.9% 이상 제거하는 ‘항바이러스 헤파필터’와 함께 세균 걱정 없이 습도 조절이 가능한 가습 필터를 적용했다.

여름철 필수가전인 에어컨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김연아 스페셜’ 에어컨 2종은 0.1㎛(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먼지까지 잡는 ‘미세먼지 필터’와 유해 세균을 제거하는 ‘바이러스 닥터’ 등으로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의 신제품 ‘휘센 빅토리’도 ‘3M 초미세 먼지필터’를 채택해 황사는 물론 0.02㎛ 먼지까지 제거하고, 여름철 기후변화에 맞춰 제습 기능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합친 컨버전스가 가전제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 차지하는 공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하나의 제품만 구입하면 되기 때문에 구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