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선수 스카우트 대신 어린 선수 선발·육성… 네덜란드 아약스 첫 도입, 세계 축구 호령
입력 2014-04-14 02:12
축구가 산업으로 성장한 것은 19세기 말이다. 당시 선수들은 자본 기업인 구단의 노동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선수는 구단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했다. 선수가 더 많은 돈을 주는 구단을 선택할 권리를 갖게 된 것. 그러자 자본이 없는 구단은 축구 산업에서 퇴출 위기에 처했다. 재정이 열악했던 네덜란드의 아약스는 유소년 프로그램을 가동해 큰 성공을 거뒀다.
아약스는 거액을 들여 우수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대신 어린 선수들을 선발·육성했다. 이런 시도로 아약스는 1970년대 초반 유러피언컵 3연패, 1995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이뤄냈다. 아약스는 네덜란드 유망주들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망주들까지 발굴해 키워냈다. 아약스 시스템이 대성공을 거두자 유럽의 다른 구단들도 이를 도입하게 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도 아약스 시스템을 모방해 ‘라 마시아(농장이란 뜻의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를 가동했다. 그 결과물이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사진)다. 아르헨티나 북동부 산타페주 로사리오 출신인 메시는 성장 호르몬이 부족해 13세 때 키가 1m44에 불과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아르헨티나에 세웠던 축구교실 책임자는 메시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로 키워냈다.
라 마시아에는 ‘한국인 삼총사’ 이승우(16), 장결희(16), 백승호(17)도 몸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분간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뛸 수 없다.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법정 싸움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고 구단 산하 외국인 유망주 10명을 한시적으로 모든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FIFA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유소년 선수 이적과 관련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바르셀로나에 대해 향후 1년간 국내외 선수 영입 또는 이적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어린 선수들의 노동력 착취 가능성을 우려해 FIFA는 부모를 동반하지 않는 18세 미만 선수들의 해외 이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FIFA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 5년 새 18세 미만인 10명의 바르셀로나 선수가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다농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이승우를 비롯해 장결희, 백승호를 영입했다.
바르셀로나는 FIFA의 징계에 대해 “라 마시아는 훈련, 교육, 숙식, 의료 등 미성년 선수들에게 필요한 게 모두 완비돼 있다”며 “우리는 선수 전에 인간부터 만든다. FIFA는 우리 훈련 프로그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징계부터 내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바르셀로나는 FIFA 결정에 대해 항소를 준비 중이며, 항소가 기각되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끝까지 싸운다는 방침이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