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이동국에 매료된 아이들 축구클럽을 찾다… 한국 유·청소년 축구 현실과 문제점
입력 2014-04-14 02:12
세계적인 스타 축구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매료된 아이들은 학교 축구팀, K리그 산하 유소년 클럽 그리고 사설 축구교실에서 공을 차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는 6월 브라질 월드컵이 열려 축구 열기가 한층 뜨겁다. 높아지는 관심에 축구를 제대로 배워보려는 아이들도 늘어나면서 사설 축구클럽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클럽 운영시스템이 부실하고,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클럽들도 적지 않아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청소년 축구의 현주소=지난해 7월 기준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전국 초·중·고의 축구팀은 780여개에 이른다. 유소년 클럽은 890여개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사설 축구교실은 협회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부 사설 축구교실의 경우 교육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협회에서 유·청소년 축구를 담당하는 최순호 부회장은 “최근 다양한 규모의 사설 축구클럽이 난립하고 있는데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유소년 축구교실이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훈련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축구에서도 ‘사교육’이 만연해 있다는 게 최 부회장의 생각이다.
최 부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관리되지 않는 사설 축구교실에 대해 “이대로 내버려두면 규모가 너무 커져 손을 못 댈 정도가 될 것”이라며 “협회가 모든 유소년 축구 조직을 관리하는 체제로 가야 하고, 사설 축구교실도 일정 요건을 갖춰 협회에 등록한 뒤 훈련 프로그램과 지도자 교육 등에서 지원을 받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의 축구 활동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최 부회장은 “협회에 등록된 초등학교 정식 선수는 7500여명이고, 유소년클럽 등을 포함해도 1만300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약 300만명 정도 되는데, 이 중 약 100만명이 일주일에 2∼3일 정도 축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K리그의 유소년 클럽 시스템=현재 K리그 클래식, 챌린지 전 구단이 유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구단들의 초·중·고 엘리트반에 1783명이, 취미반에 5759명이 참여했다. 연맹 관계자는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구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환경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엘리트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는 구단은 포항이다. 포항은 2003년 국내 최초로 포스코 교육재단 산하 축구부를 클럽 소속으로 전환해 국내 최초로 U-12(포철동초), U-15(포철중), U-18(포철고교)로 이어지는 선진국형 유소년 클럽 시스템을 구축했다. 포항의 유스 시스템은 이동국(전북), 신화용, 고무열, 이명주(이상 포항) 등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포항은 탄탄한 유소년 클럽 시스템 덕분에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도 K리그 클래식과 FA컵을 제패할 수 있었다. 포항은 올해도 외국인 선수가 없지만 리그에서 순항하고 있다.
FC 서울은 대규모의 취미반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FOS(Future of Seoul)의 김민수 과장은 “우리는 클럽 시스템과 엘리트 시스템이라는 두 개의 큰 틀로 운영하고 있다”며 “클럽 시스템은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일상에서 축구를 즐기는 취미반이며 클럽 시스템에서 두각을 보이는 아이들은 엘리트 시스템(오산중·고)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의 취미반에선 5세 어린이부터 15세 청소년까지 4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큰 규모의 취미반을 운영하고 있는 K리그 구단은 서울이 유일하다. 서울은 취미반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9개의 전용구장과 30개의 보조구장을 확보했으며, 약 30여명의 코칭스태프가 아이들을 지도한다. 다른 구단들도 서울의 유소년 클럽 운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엘리트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노력=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 유망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지난달 24일 공식 출범시켰다. ‘골든 에이지’란 축구 기술 습득이 가장 쉬운 연령대인 8∼15세를 일컫는다. 협회는 ‘기본에 충실한 창의와 도전’이란 철학에 따라 11∼15세 선수를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 2017년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FIFA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우수한 선수들을 발굴하는 게 목적이다.
협회는 지난해 해외 사례 연구, 지도자 워크샵,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축구 선진국이 유망주들을 어떤 시스템을 통해 발굴하는지를 살폈고, 협회 회장단과 각급 대표팀 감독이 참여한 워크숍을 통해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커리큘럼를 통해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협회는 이번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현재 280여명 규모의 상비군(11∼15세)을 2340명(지역 1500명·광역 600명·협회 240명)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국에서 활약하게 될 지도자들은 한국 축구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보수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역별로 교육 자료를 배포해 지도자들의 연구에 보탬이 되도록 한 적은 있어도 하나의 철학을 공유하는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축구를 짊어질 유망주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