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시아버지·판사에 쏟아진 비난… 왜?
입력 2014-04-14 03:33
법원 “며느리도 잘못… 이혼하라”
[친절한 쿡기자] 13일 온라인상에는 시아버지의 잦은 방문에 신혼의 며느리가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자고 신랑에게 요구했다가 결국 그 골이 깊어져 이혼 소송을 낸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첫 보도가 나간 지 몇 시간 만에 1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10분 거리에 사는 시아버지가 주부인 며느리 집에 무시로 드나든 것이 발단입니다. 새댁은 불편한 속내를 신랑에게 얘기했죠. 하지만 아버지가 서운해할 것을 아는 아들은 “차마 비밀번호를 바꿀 수 없다”고 했지요. 새댁의 원망은 커졌고 이런 갈등 속에 3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시아버지가 비밀번호를 바꾸려던 며느리의 속내를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가 멍청해서 너희 집을 무단으로 들어가 피해를 줬다. 너희한테 맹세코 가지 않을 테니 염려 마라. 비밀번호를 바꾼 며느리는 보고 싶지 않다.”
새댁은 남편이 자신의 부모에게 사과할 것만 요구하자 ‘극한’ 시도까지 했다는군요. 그리고 별거로 이어졌고 서로 이혼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로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혼인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혼의 책임을 쌍방으로 인정하고 서로가 낸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새댁에 대해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이사를 재촉하는 등 문제 해결을 회피해 갈등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남편에 대해선 “부인의 고민에 동감하고 배려하지 못해 갈등을 악화시켰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은 며느리도, 남편도 아닌 시아버지를 비난했습니다. 가정마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어 ‘비밀번호 변경’ 건이 이혼의 전부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출가한 아들 부부에 대한 시아버지라는 분의 관심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무색해졌죠.
더 눈길을 끄는 건 판결에 대한 두 네티즌의 일침입니다. 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댓글 추천’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시아버지도 무식하고 법원도 무식하다. 결혼한 부부의 집을 예고 없이 드나든다는 건 미친 짓이고 비상식의 극치다. 이건 효와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아들 내외의 부부관계를 감시하는 게 효? 며느리가 자살까지 시도했는데도 며느리가 관계개선을 위해 최선을 안 해? 판사도 수준이 딱 시아버지 수준이다.”
“법관은 (과거에는 그랬을지언정) 신분적으로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기술적으로 법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이 공부했고, 그렇기 때문에 능통(能通)할 뿐이다. 시민들은 법관에게 판결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주장을 잘 듣고, 제대로 판단을 해보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가 전근대와 근대, 현대가 뒤섞여 있고, 짧은 순간에 장수사회가 되다 보니 세대간 충돌로 몸살을 앓습니다. 이럴 때 법과 이를 해석하는 판사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줘야 합니다. 그 보루가 세태 변화의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고 네티즌들은 지적합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