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사에게 희망의 날개를] (하) 은퇴 목사를 섬깁시다

입력 2014-04-14 02:42 수정 2014-04-14 10:31


예장통합, 생계곤란자 선정 매월 20만원 지원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은퇴 목사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목회자 연금인 은급제도를 제외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예장통합교단과 기독교한국침례회 정도다.

13일 국민일보가 파악한 은퇴목사 지원 현황(표 참조)에 따르면 예장통합총회 ‘연금 미가입 은퇴목회자 대책위원회’는 2010년부터 연금 미가입 목회자 중 생계 곤란자들을 선정, 1인당 매월 2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6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에만 148명이 지원을 받았는데, 이는 교단 은퇴 목사의 10%에 달한다.

기독교한국침례회에는 1990년 설립된 ‘교역자복지회’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은퇴 목사들에게 일정액(월 10만원선)을 지원하거나 산하 교회를 연계해 후원을 독려한다. 또 매년 5월 ‘교역자복지주일’의 복지주일 헌금으로 은퇴 목사 위로행사를 열고 있다.

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합동은 지원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노회별 은퇴 목사 현황 및 생활실태 등을 파악 중이다. 현재는 매년 6월 은퇴 목사 위로 잔치를 개최하는 정도다.

예장고신은 은퇴 목사를 ‘순회 선교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예장합신은 은퇴 목회자 숙소인 ‘은퇴목회자관’을 건립 중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2004년 경기도 화성에 은퇴목회자들의 거처인 ‘광명의집’을 세웠다. 은퇴 목회자 부부 15가정이 머물고 있다. 나머지 교단들은 은급제도 외에 별도의 지원제도가 없는 상태다.

15년째 서울 청량리에서 은퇴 목사들과 함께 예배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엄도성(77·은수교회) 목사는 “개인이나 교회가 은퇴 목사들을 돕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은퇴 목사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더불어 지원규모가 작더라도 지원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평생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 예배를 드린 ‘목사’라는 점을 감안, 은퇴 목사 초청 설교 등은 개교회 차원에서 은퇴 목사를 돕는 방법이다.

설 연휴 주일이었던 지난 2월 2일 오전 경기도 분당의 B교회. 담임 목사가 아닌 2003년 은퇴한 유모(80)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이 교회는 매년 설날과 추석 주간의 주일 설교자로 은퇴 목사를 초청하고 있다. B교회 담임인 L목사는 이날 “은퇴 목사님들을 위로하고 섬기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지만 그건 저의 좁은 생각이었습니다. 은퇴 목사님들을 모시는 건 그분들을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저와 우리 성도 모두를 위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젊은 목사가 전할 수 없는 깊이 있는 말씀에 큰 도전과 은혜를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은퇴 목사들의 예배공동체인 CTS 목자교회, 오륜목자교회에 이어 지난해 초 미국 LA 은혜승리교회에도 은퇴 목회자를 위한 교회를 설립한 박천일(72) 목사는 “은퇴 목사를 포함한 전도사나 선교사 등 은퇴 교역자들을 위한 예배공동체와 네트워크 형성에 현직 목회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