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총회 포럼 "교회 일로 성도간 고소할 것인가?"
입력 2014-04-13 16:24 수정 2014-04-13 16:33
한 목회자의 도덕성 논란으로 최근 심각한 내홍을 겪은 예장 고려 총회(총회장 천환 목사)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총회회관에서 ‘제1회 고려총회 신학 포럼’을 열었다.
‘교단정체성 정립을 위한’이란 부제가 붙은 포럼의 주제는 ‘교회 분쟁의 국가사회법 적용의 이론과 실제’였다. 이날 포럼은 예장 고려 총회가 ‘반(反)고소’ 정신을 지켜온 교단이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교회 안의 문제를 교회 밖 재판정에 가져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송사를 벌이는 것이 옳은지 토론이 시작되자 발제자들은 모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회 문제 고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박종구(월간목회 발행인)목사는 “구약시대에 하나님께서는 심판을 주관하셨고, 대리자를 세워서 고소·고발·송사를 시행토록 하셨다”며 “신약시대에 예수님은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셨고, 바울도 세상 법정 불의한 자들에게 교회 문제를 고소하지 말라고 권면한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덕을 위해 피차 (고소를) 삼갈 것을 권고했다. 박 목사는 고소의 대안으로 교회의 영적 쇄신과 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신호섭 고려신학교 교수는 “사도 바울은 그 어디서도 세상 법정에서 성도간 소송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성도간의 불신 법정에서의 송사는 어떤 경우에든지 부덕하고 불의한 일이며, 불신자를 향한 송사라도 할 수만 있으면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도 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철저하게 신자의 법정인 교회의 치리회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교회는 성도 간의 문제를 화해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한다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허예준(한사랑교회)목사는 ‘반고소를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참으로 기독교 신자는 법정에 호소하기보다 권리를 양보하겠다는 생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법정에 가면, 돌아올 때에는 형제에 대한 미움으로 마음이 어지럽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 목사는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내 천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마 18:23-36)한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천환 총회장은 “우리 총회는 결코 와해되거나 분산되지 않고 한 마음, 한 신앙, 한 신학으로 무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에 열리는 제1회 신학포럼은 새로운 시작의 봉화다. 계속하여 연구하고 논의하는 장으로서 지속되고, 이를 통해 온 총회원이 연합해 주님이 주시는 거룩한 교회 운동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총회는 이번 포럼을 통해 개진된 의견들을 수렴하고 노회 수의를 거쳐, 이 문제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정해 대내외에 공표할 계획이다.
반고소를 주창하는 고려파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한 순교자적 정신의 교회들이 모태가 됐다. 1976년 10월 19일 반고소 고려측 총회가 출범, 예장 고신 총회에서 최초로 교단을 분리했다. 반 고소 정신은 1950∼70년대 고려파에 예배당 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당시 고려파의 상징적 교회였던 초량교회 예배당을 과감히 내주고 나와 부산삼일교회를 개척했던 한상동 목사, 성도간의 세속 법정 소송은 불의하고 부덕한 일이라고 용기 있게 주장했던 박윤선 박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됐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