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우선덕] 그대에게도 행복이
입력 2014-04-14 02:55
“사람들, 구경하다가 누가 쓰레기더미 위에 갖다 놓던데. 이런 날씨라면 죽을까요?”
밖을 보니 바람이 세차고 어둠이 깊다. 봄은커녕 도로 겨울이 되려는 기후다. 한 시간쯤 지나니 더는 안 되겠다. 결국 신생고양이를 봤다는 아들을 앞세우고 뛰듯 걷는데 심사가 좀 그렇다. 왜 굳이 알려주느냐고, 어쩌라고!
다른 동네 깜깜한 주차장. 누군가가 쓰레기더미 위에 놨다더니 거기에는 없다. 다행이다, 하는 순간 무명실 한 오라기라고나 할 소리가 살짝 지나간다. 다시 실 한 오라기 소리 한 번. 차바퀴 뒤쪽이다. 저도 살겠다고 그렇게 숨어서 가냘픈 신호를 두 번 보낸 것이다. 동물병원에서의 말이 생후 열흘 남짓한 아가란다. 탱탱한 배를 누르면 배꼽으로 고름이 찌걱거리며 줄줄 나온다. 의사가 인정사정없이 뱃속고름을 빼고 항생제 처치를 하는 동안, 듬성한 털에 눈도 못 뜬 신생고양이는 두 손 두 발을 쫙 펴고 악을 써댔다. 지난해 4월 14일 밤에 생긴 일이다. 그 아가가 누나고양이 ‘니케’를 오늘도 따라다니는 건장한 응석받이 ‘나나’다.
긴박한 전화벨 소리. 서로 간에 존재만 아는 H시인이 그날 밤 갈 곳 없는 고양이를 맡아줄 수 있느냐 한다. 눈 내린 한겨울 바깥은 어둡고 스산하다. 일면식도 하지 않은 사이에 오죽 막막하면 문을 두드렸을까. 고양이에 관한 어떤 마음 준비도 못한 채로 기밀수행자처럼 노상에서 초면의 H와 접선한다. 얼마나 고심하였는지 그의 꼴이 말이 아니다. 그는 3∼4개월 된 어린고양이라고 하였지만 의사는 7∼8개월이란 진단이다. 한데서 힘겹게 사느라 그만큼밖에 못 큰 우리고양이. 나나의 누나고양이인 ‘니케’의 이력이며 2012년 1월 31일 저녁에 생긴 일이다.
우리가 보살피지 않으면 살지 못할 여린 두 생명 덕분에 우리는 훨씬 행복해졌다. 두 고양이와 살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기쁨과 즐거움이 집안에 가득하다. 그러니 나나의 첫돌 4월 14일을 맞이하여 우리 같은 기회를 그대 또한 갖기 바라는 기원을 할 수밖에.
어느 아름다운 분들이 자주 인용하는 시(詩)를 전부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같이 느껴보자고 시 한 구절도 이렇듯 올려본다.
“잔인하고 무정한 이 거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들. // 고양이들이 사라진 동네는/ 사람의 영혼이 텅 빈 동네입니다./ 이만저만 조용한 게 아니겠지요./ 그러면, 좋을까요?”(황인숙 시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우선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