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쟁점 법안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입력 2014-04-14 02:30

지도부가 회동해 해법 찾고, 합의 안건은 조속 처리해야

국회 핵심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정무위 보건복지위가 정치적, 이념적 논란에 휩싸여 끝없이 겉돌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민생 법안들은 발목이 잡혀 있다. 여야 지도부는 2년 전 총선과 대선 때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정파와 정치인의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행태를 보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선거 때 공약은 모두 허언(虛言)임이 드러난 셈이다.

미방위의 경우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입장 차이로 8개월째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127건의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진작 합의를 봤음에도 방송법 개정안에 발이 묶여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말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우선 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던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개인정보유출방지 관련법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 관련법안도 처리가 시급하다.

방송법 개정안이 중요하긴 하다. 민간 방송사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야당 측 주장과 언론자유 침해를 이유로 극력 반대하는 여당 측 의견은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방송 편성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한쪽이 선뜻 양보하기 힘든 사안이다. 그렇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방송법 개정안을 고리로 다른 법안 처리를 계속해서 막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

정무위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로 여야가 팽팽히 맞서 있다. 다분히 정치적이며 이념적인 사안이어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다른 97개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 개인신용정보유출방지법,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소원 설치법, 금융회사지배구조 관련법, 대리점법안 등은 처리가 시급한데도 대책 없이 잠자고 있다.

보건복지위에서도 기초연금법안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으로 다른 법안들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과 장애인연금법안이 대표적이다. 각 상임위는 쟁점법안 처리에 시간이 걸린다면 여야가 합의한 법안만이라도 지체 없이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이 새정치이자 민생정치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국리민복과 직결되는 안건의 경우 조속한 처리가 능사인 것만은 아니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차피 상임위 차원에서 해결되기 힘든 사안이라면 여야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타협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방송법이나 기초연금법안은 상임위에 마냥 맡겨놓을 사안이 아니다.

여야가 중요 법안에 대해 해법 찾기 노력은 하지 않고 6월 지방선거 때 자기 쪽에 유리하도록 이슈화 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유권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공약이나 주장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