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기 정밀분석 서둘러 의혹제기 차단하라
입력 2014-04-14 02:21
남한에서 발견된 무인기 3대는 북한 무인기가 확실시된다는 국방부의 중간발표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11일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의원이 믿을 만한 근거를 들이댄 것이 아니라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데다 부적절한 표현까지 동원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를 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날 “비행체 특성과 탑재 장비에 대한 합동 조사 결과 북한 소행이 확실시되는 정황 증거를 다수 식별했다”며 “무인기는 군사시설이 밀집된 지역의 상공을 이동하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도색과 패턴이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매우 유사하고, 항속거리를 감안할 때 주변국에서 발진할 가능성이 없는 점 등을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북한제(製)라고 확정하진 않았다. 이착륙 정보가 기록된 중앙기록장치(CPU)의 메모리칩 분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무인기를 발진시켰는지 확정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듯하다. 북한 무인기일 가능성을 99%로 추정하면서도 1%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려고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을 포함한 민·관·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해도 믿지 않는 일부 좌파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정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무인기라며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언젠가 누군가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무인기 배터리에서 발견된 ‘기용 날자(남한의 날짜)’와 관련해 “‘기용 날자’라고 해서 북한 무인기라고 주장하는데 서체가 ‘아래아 한글’이다. 북한은 보통 ‘광명납작체’를 사용한다. 이건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북한식 표현인 ‘날자’를 유력한 증거로 보면서도 진실 공방을 피하려고 정황 증거에서 제외했는데도 물고 늘어지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정 의원은 또 “북한 무인기라면 왕복 270㎞를 날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5㎏의 가솔린 연료를 탑재해야 한다”며 “12㎏짜리 무인기가 5㎏ 연료를 장착하면 뜰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연료 탑재량은 5㎏과 비슷한 4.97㎏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정 의원이 헌법에 보장된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사실을 곡해하는 발언을 쏟아내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한·미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석팀은 메모리칩 정밀 분석을 서둘러 정 의원 발언의 진위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