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질서 위협하는 푸틴의 大러시아주의

입력 2014-04-14 02:1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강한 러시아’를 부르짖으며 팽창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가스 공급 문제를 앞세워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인 발트 연안 3개국 내 러시아계 주민들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푸틴이 추구하는 대러시아주의가 세계 주요 국가들로 하여금 ‘친러’와 ‘반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는 강압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푸틴의 막가파식 횡포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이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푸틴의 의도대로 세계질서가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한데도 이렇다 할 묘안이 없어 서방국가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푸틴의 강공으로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공업도시에서는 시청사에 난입한 주민들이 러시아로의 합병을 주장하며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은 자국 내 러시아계 주민들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발트 3국 내 러시아계 주민들은 러시아를 조국으로 여기는 것은 물론 강한 러시아를 외치는 푸틴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는 최근 러시아 국영방송의 자국 내 송출을 차단하는 등 러시아의 영향력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EU 28개 회원국은 나토 사령관에게 동유럽 회원국들을 안심시킬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동유럽 동맹국가에 미군을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을 비췄지만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는 동시에 푸틴의 위상만 높여주는 모습이 돼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북핵 문제 해결에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우리로서는 섣불리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역내 국가들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교류를 늘리려는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도 감안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미·일로 연결되는 가치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