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입력 2014-04-14 02:13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사회집단을 ‘베이비부머(babyboomer)’ 세대라 부른다. 현재 52세부터 59세까지인 베이비부머는 남성 312만2217명, 여성 313만571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2.4%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야말로 한국 산업화의 주역들이다. 구로공단, 울산공단, 창원공단, 마산수출자유지역 등지에 뛰어들어 산업역군으로 청춘을 바쳤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58)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가리켜 ‘가교(架橋)세대’라 부른다. 베이비부머는 부모에 대해 강한 부양의 의무감을 갖고 있는 동시에 자녀에 대해서도 양육 부담감을 지닌 세대다. 늙은 부모에게 다리가 돼 주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다리를 마련하느라 바빴던 그런 ‘가교 세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리를 놓느라 바빠서 자신을 위한 다리를 놓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평균 은퇴연령은 52.6세였고 남성은 54.5세, 여성은 49.7세였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자신의 기대은퇴연령을 60세 이후로 잡고 있다. 기대와 현실의 불일치가 베이비부머의 ‘은퇴 및 부양에 따른 사회적 비용증대’라는 문제를 초래했다. 직장에서 은퇴했지만 아직 건강하고, 연금이 나올 때까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창업의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부도를 낸 자영업자 중 50대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필자는 55년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형이다. 그래서 정말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어느 정도 안정된 담임목회를 하는 이들은 은퇴 후 창업 등이 별세계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7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 혹은 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몇몇 목회자는 이런 베이비부머의 아픔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개척 초기부터 ‘65세 은퇴’ ‘원로목사 폐지’를 정관에 내걸고 목회를 했다. 이미 은퇴해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동생 같은 집사, 권사들을 보면 마음이 무척 아프다. 그러나 한편으로 담임목사의 특권을 포기함으로써 이들의 아픔에 약간이나마 공감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사도 바울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고 권면한다.
빈부격차는 극심해지고, 나이 든 자들은 은퇴 후 30년을 대비 못해 울고 있고, 젊은 세대는 취업을 못해 미래를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하루에 43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어찌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고난주간,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고통을 묵상하며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고통을 바라보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울고 있는 자들과 함께 울고 있는가. 아니면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의 안일만 추구하며 살고 있는가.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