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일본 신복규 선교사] 이런 부자나라에 노숙인이 왜 많을까?

입력 2014-04-14 02:08


이들을 보살피고 새 삶으로 이끈 것은 한인교회의 ‘복음’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롬 10:14)

1988년 처음 일본에 와서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어느 공원이나 파란 텐트를 치고 사는 홈리스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아니, 부자 나라에 노숙인들이 왜 저렇게 많을까’ 의문이 생겼다. 이상한 것은 저들이 돈을 달라거나 먹을 것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훗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공원 안에서 텐트를 치지 못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쿄 우에노 공원에는 많은 노숙인들이 살고 있었다. 파란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사는데 외관상 보기에 흉했다. 그들은 가정과 가족을 떠나 공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홈리스 생활에 발을 들여놓고 대체로 3개월이 지나면 그 생활을 청산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일이 없어서가 아니고 남에게 간섭받기 싫어 홈리스 생활을 한다고 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집에 들어가 살다가도 다시 나와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홈리스 사역을 하는 일본 교회도 있지만 소수이다. 대부분 한인 교회가 사역을 하면서 그들이 일어나서 새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고 있다. 동경애선교회 황바울 목사를 도와 1996년부터 매주 화요일 우에노공원에서 홈리스 사역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 모이지 않았지만 점점 많아져 2003년쯤에는 1000명 이상이 모였다. 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는데 쌀 100㎏으로 밥을 짓고, 국과 김치를 곁들여 점심식사 대접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위험성이 없는 감기약, 아스피린, 일회용 밴드 등을 나눠주며, 취업을 알선해 주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일자리를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는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져 일자리를 소개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나는 1996년부터 함께 협력을 하며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홈리스 급식 전도회에 가서 봉사를 한다. 화요일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에노 공원에 가서 한 달에 한 번씩 설교를 하고, 통역도 한다. 그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상담을 해 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어떤 노숙인이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목사님은 왜 항상 웃는 얼굴로 있습니까?” “일부러 웃는 얼굴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분은 내게 거짓말이라고 했다. 억지로 만든 웃는 모습은 다르다고 하면서 그 비결을 알려 달라고 했다. “예수님이 나와 항상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습니다. 당신도 예수님을 믿으면 얼굴이 바뀝니다.” 노숙인이 빙그레 웃었다. 지금은 공원에 가면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먼저 아는 체하고 인사를 한다.

우에노공원 홈리스 사역은 1년 12개월 매주 화요일 태풍이 불고, 눈이 와도 정오부터 찬양하고 오후 1시30분부터 사도신경, 주기도문, 대표기도, 설교, 축도 순으로 예배가 진행된다. 말씀은 설교자가 매주 돌아가며 전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화요일이 내 차례인데 항상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저들이 주님을 만나서 삶이 변화되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홈리스 중에서 예수님을 믿고 사역자가 된 사람을 소개한다.

먼저 I씨다. 1998년에 만난 그는 술에 취해 육교에서 떨어져 자살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다 어디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발걸음을 옮겨 우리가 사역하고 있는 곳에 왔다. 그리고 말씀을 듣는 중에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지방에서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였다. 영어는 물론이고 독일어를 유창하게 해서 대기업 과장까지 지낸 사람이다. 가정에 문제가 있어 집을 나왔고 결국은 회사도 그만두고 날마다 술로 살다가 죽을 날을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그에게 복음이 들어간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다.

그가 구원받고 새 사람으로 변했다. 그리고 JTJ(Jesus to Japan Mission seminary)신학교에 진학했다. 목사안수를 받고 I씨가 강단에서 설교를 했다. 창세기 12장 1∼4절로 ‘새로운 출발’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는데 큰 은혜를 받았다. 노숙인들과 함께 있었던, 알코올 중독으로 언제 죽을지 몰랐던 사람이 변화돼 새 사람이 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I목사는 자기의 과거를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여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새 사람이 되자고 말씀을 전했다. “아브라함이 75세 때 목적지도 알지 못하면서 하나님의 명령에 따랐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젊지 않냐”면서 “주님을 믿고, 새롭게 출발을 하자”는 것이었다. 노숙인으로 같은 입장에 있다가 구원받은 선배로서 그들의 처지를 잘 알고 전하는 말씀을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받는 모습을 보았다.

T씨도 홈리스로 생활을 하다 주님을 만나 신학을 공부하고 지난 2월 10일 목사안수를 받았다. 집에서 개척해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Y씨도 신학을 공부하고 전도사로 활동 중에 있다.

동경애선교회에서 노숙인을 위해 허름한 집을 한 채 구입했는데 그곳에서 5명이 먹고 자면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고, 매일 5시부터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들이 급식 전도사역의 식사를 준비하고 섬기는 봉사자들이 됐다. 그곳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 중에는 닛코 올리브사토란 기도원 일을 하면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완전히 노숙인 생활을 청산한 사람들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작은 봉사를 통해 큰일을 이뤄 나가시는 분이시다. 우리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한다. 제2의 I씨, T씨, Y씨와 같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열심을 다해 복음을 전해야 할 것이다.

예배 후에는 점심식사를 대접하는데 마치 잔칫날 같다. 동경애선교회에서 재정을 부담하고 푸드뱅크 등에서 음식을 가져온다. 많은 봉사자들이 소리 없이 섬겨주고 있어서 늘 감사하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믿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감사해 사랑을 나누고자 모여 봉사하고 있다.

2020년에는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그런데 그때까지 계속해서 이 일을 해 나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공원 관리소 측의 단속이 갈수록 심해지고, 간섭도 많아지고 있다. 신주쿠중앙공원에서는 20년 동안 해왔던 홈리스 사역이 중단됐다. 공원 미관상 좋지 않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은 그만 두게 됐다.

식사 후에는 머리도 깎아주고 있다. 나는 이발 전문가가 아니기에 빡빡머리로 해주는데 이제는 빡빡머리 이발의 프로가 됐다. 2∼3분이면 한 명을 깎는다. 어떤 주일에는 혼자서 30명 이상 깎아주기도 했다.

일본에선 아무리 전도지를 많이 돌리고 이벤트를 해도 모이지 않는다. 그러나 노숙인 사역을 하면서 한 장소에서 적게는 200명, 많게는 1000명의 일본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신복규 선교사

△1953년생 △예장 합동 총회 세계선교회(GMS) 소속 △1988년 일본 입국 △총회신학원, 일본 기독교 단기대학, 동경기독교신학교 졸업 △1992년 일본 선교사 파송, 일본 수미다교회 협력선교사 △1995년 동경성광교회 개척 △현재 일본 노숙자 급식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