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전래동화보다 감동 준 양보 없었던 ‘형제 혈투’
입력 2014-04-12 02:27
“형한테 양보하라고 했는데…”
10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의 경기는 문태영(36·모비스)과 태종(39·LG)의 ‘형제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한국 무대에는 동생이 선배다. 문태영은 2009∼2010시즌 LG 유니폼을 입고 국내 코트에 데뷔했다. 2012∼2013시즌부터 모비스로 옮겨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마침내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문태종은 동생보다 1년 늦은 2010∼2011시즌 인천 전자랜드에서 데뷔한 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동생이 몸담았던 LG로 이적했다.
형제간의 ‘혈투’를 지켜봐야 하는 어머니 문성애씨는 좌불안석이었다. 결국 동생의 승리로 챔피언전이 끝나자 어머니는 감춰뒀던 눈물을 흘렸다. 문씨는 “태종이가 우승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또 태영이가 MVP가 되니 기뻐서 그렇다”면서 희비 섞인 눈물을 닦아냈다. 문씨는 “솔직히 말해서 태영이는 작년에 우승했으니 이번에는 태종이가 우승을 하기를 응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태종이가 앞으로 몇 년이고 더 뛸 수 있다면 누가 우승하든 무슨 상관이겠느냐”며 “은퇴를 앞두고 형제가 우승을 한 번씩 했으면 하는 마음에 태종이를 응원했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태영이는 태어날 때부터 체격이 형보다 탄탄했다. 아마 형에게 지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MVP가 된 문태영은 형을 존경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 동안 나보다 농구를 더 잘해온 형이 노리던 우승 반지를 가져가 미안해요. 형에게 미안하다는 말, 특히 언제나 존경해왔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전래동화보다 진한 감동을 준 장면이었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심정을 똑같이 겪은 어머니는 “플레이오프 MVP는 문태영이 받았고 정규리그는 문태종이 유력하다”는 말을 듣자 “정말 그럴까요”라며 미소를 되찾았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