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株 폭락에 나스닥 와르르… 美증시 거품붕괴 전주곡?
입력 2014-04-12 04:14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이 2년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증시의 버블(거품) 붕괴 논란이 일고 있다. 버블 붕괴로 향후 더 큰 폭락이 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면서다. 이 여파로 일본 증시가 폭락하고 국내 증시도 2000선을 하루 만에 다시 내줬다. 그러나 그동안 과도하게 높아진 미국 증시의 일시적 조정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 기술주 거품 붕괴?=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10% 급락했다. 2011년 11월 9일(3.88%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각각 2.09%, 1.62% 떨어졌다. 전날 수출지표 등이 부정적으로 발표된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도 증시를 끌어내린 요소였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인터넷 기술·바이오 종목 주가의 급락에 있었다. 이날 주요 IT 종목인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 등이 모두 4∼5% 이상 하락했다. 바이오주를 대표하는 나스닥 생명기술(BT)지수는 5.64%나 추락했다.
이들 종목의 하락세는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페이스북의 경우 올해 고점 대비 18% 수준 떨어진 상태고, BT 지수 역시 지난 2월 말 고점에 비해 18.8% 하락했다.
이런 흐름을 놓고 미국 증시 전반에 걸친 거품이 붕괴될 조짐이라는 비관적인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월가(街) 대표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1년 이내에 1987년 블랙먼데이와 같은 증시폭락을 목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급락세가 1987년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버는 “인터넷과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고통이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관론의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기술주를 비롯한 미국 증시가 과도하게 높은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S&P지수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5배로 장기적 평균치인 15배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삼성증권의 임은혜 연구원은 “아마존의 경우 PER이 100배에 달할 정도”라면서 “미국 증시, 특히 기술주 등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 시장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2000 하루 천하, 日·유럽은 급락=미국발 악재는 또다시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56% 내린 1997.44로 하루 만에 2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전일 대비 2.38% 급락하면서 6개월 만에 1만4000선이 붕괴됐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증시는 이날 밤 11시(한국시간) 현재 1% 이상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부진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증시 급락은 고평가됐던 것에 따른 반작용인데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나스닥 폭락의 영향을 직접 받은 네이버가 3%대 급락한 것 외에는 큰 폭락세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미국 주식은 가격 부담이 있는 상태여서 신흥국 시장과 가격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증시는 미국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 초에 나타난 미 버블 붕괴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KDB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바이오·IT주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우려는 처음이 아니다”면서 “이것이 버블 붕괴라기보다는 과도한 수준을 조정하는 국면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