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T 안가면 장학금·입사추천 혜택 순위 낮추겠다”
입력 2014-04-12 02:21
요즘 대학생들 개인주의에 학과 행사 강제 동원 논란
‘학과 MT에 참석하지 않으면 장학금 수혜 및 입사추천 등 혜택에서 우선순위를 낮추겠습니다. 부득이하게 불참할 학생들은 행정실에 통보하길 바랍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이공계 학과장 A교수는 지난 4일 학과 MT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이런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과 행사인 MT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과 입사추천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 학과 4학년 김모(25)씨는 한창 입사시험 준비를 하던 터라 MT에 불참할 계획이었는데 이 문자를 받고 참가키로 했다. ‘입사추천 혜택에서 우선순위를 낮추겠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그는 “일부 학생은 사전에 과사무실에 결석계 등을 제출한 뒤 불참했지만 결국 22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MT를 갔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의 다른 이공계 학과는 학기마다 학과 행사 참여 4회를 채우지 않으면 다음 학기 장학금 신청 기회를 주지 않는다. 개강 총회나 세미나에 참석하면 1회, 학과 투표에 참여하면 0.5회, MT는 1박2일이라 2회로 쳐준다. 이 학과 학생 이모(26)씨는 “번거롭긴 하지만 학과 측 입장도 이해는 돼서 다들 행사 참여 4회를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들이 학과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학생들이 취업난으로 각종 스펙 쌓기에 바쁜 데다 갈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져 학교 행사에 무관심하다 보니 이런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강제동원’이란 불만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도 사정은 있다. A교수는 “지난해 MT를 가자고 했더니 과 학생 350명 중 13명만 신청해서 아예 무산됐다”며 “너무 자율적으로 해선 안 되겠다 싶어 직접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과에 소속된 학생은 많은데 교수나 선후배와 접촉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어 소통이 안 되는 게 걱정스러웠다고 그는 설명했다. A교수는 “MT 안 온다고 직접 제재를 가할 순 없으니까 혜택 우선순위 얘기를 한 거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MT 참여를 ‘의무사항’으로 바꿨다. 참여하면 전공과목에서 가산점을 주고 빠지면 감점한다. MT를 위해 수업 일정을 바꾸거나 불참 시 ‘결석’ 처리를 하기도 한다. ‘불참비’를 받는 학교도 여전히 많다. 수도권의 한 대학 신입생인 최모(20·여)씨는 “MT 비용이 3만5000원인데 불참비 2만5000원을 내라면서 내지 않을 경우 사물함을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불이익을 준다”며 “아르바이트 때문에 빠지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녀왔다”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학과 행사 참여가 너무 저조한 데 따른 특단의 대책이란 평가와 대학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는 “학생들이 대학을 공동체로 여기기보다 교육서비스 제공 공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해져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 행사를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대학생활의 일부로 여기던 시대가 끝났다”며 “경쟁사회에서 심리적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학교 행사가 어떤 방향에서든 ‘이해관계’에 들어맞지 않으면 불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민 정부경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