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치사 1심] 보고도 못본 척… 우리가 지키지 못했다
입력 2014-04-12 03:37
울산 울주와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학대해 사망케 한 계모에 대해 법원이 각각 징역 15년,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학대에 시달리다 죽어간 아이들은 말이 없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형량이 낮은 것에 대한 불만은 물론, 우리 사회가 두 아이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와 시민이 나서 아동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엽)은 11일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 A양(당시 8세·초등 2년)을 수시로 구타해 사망케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구속 기소된 계모 임모(36)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A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친아버지 김모(37)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는 성장기 아동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그 상처는 성장한 뒤 인격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정계선)도 이날 선고공판에서 딸 이모(당시 8세)양을 마구 때려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 박모(41)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등 잔인하게 학대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대구와 울산 검찰은 곧바로 항소 방침을 밝혔다.
한 아동보호센터 관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에는 부모의 학대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반짝 관심’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보호할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는 우리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아동학대와 복지사각 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3년간 복지공무원 5000명을 증원하고, 경찰에 아동학대 전담 수사팀 신설도 추진키로 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오는 9월 시행되면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습적 아동학대범은 가중처벌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보완이 아동학대를 막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은 “아동학대 범죄는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음성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 누구든지 목격한 사람이 신고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수영 연세대 신학과(상담학) 교수도 “학대당하는 아동을 발견하면 관계기관에 의뢰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 등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울산=조원일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