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긍정의 바이러스
입력 2014-04-12 02:50
왜 하품은 전염될까? 이 같은 의문을 품은 영국 링컨대의 애너 윌킨슨 박사는 붉은다리거북을 이용해 실험에 돌입했다. 하품하도록 훈련시킨 개체가 하품을 할 때 다른 붉은다리거북들도 하품하는지 관찰한 것. 그러나 그들 사이에서는 하품이 전염되지 않았다. 실험 후 윌킨슨 박사는 다른 개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발달한 동물에서만 하품이 전염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즉, 사람 간 하품이 전염되는 건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걸 보고 피곤하다는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 연구로 2011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이란 노벨상 수상자들의 명단이 발표되기 직전인 매년 9월에 다소 황당한 연구결과를 낸 과학자들에게 주는 상이다.
하품이 감정의 전염이듯 우리는 남의 감정을 모방한다. 출근길에 웃는 표정의 동료를 만날 경우 함께 미소를 짓게 되고, 기분 좋은 동료를 만나면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 없이 같은 공간에 2분간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고만 있어도 서로의 감정에 동화된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의 전염’이라 한다.
감정의 전염이 일어나는 것은 뇌 속에 거울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포는 남이 하는 행동을 마치 거울처럼 반영해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과 똑같이 활성화되는 특성을 지닌다.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신이 행복한 상황에 있는 것처럼 공감하고 결국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실제 연구결과 이 같은 감정의 전염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 친구의 친구, 이웃 등 세 단계 건너까지 전염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외롭다고 느낄 경우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52%가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또 그 전염 효과는 사회적 관계가 멀어질수록 약해지지만 적어도 3단계 관계까지는 확실히 전염된다는 것.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감정의 전염은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도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날엔 부정적인 댓글이 긍정적인 댓글보다 많이 올라오는데, 그로 인해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까지 부정적 감정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SNS 상에서는 부정적 감정보다 긍정적 감정에 대한 전염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봄꽃들이 활짝 피는 요즘은 SNS에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트리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