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변신 ‘우생순’] 뱃살 통통 김 과장님 이번 주말 핸드볼 한 게임 뛰시죠

입력 2014-04-12 03:05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은퇴했던 노장 선수들까지 불러 모은 한국 대표팀은 사상 최악의 전력이라는 혹평과 심판의 편파판정 속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승부던지기에서 패한 우리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국민들을 울린 감동의 드라마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2008년 1월 개봉됐다. ‘우생순’을 본 사람들은 핸드볼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나도 한번 해보자”며 동호회로 몰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점프하면서 슛을 날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요. 핸드볼은 종합운동세트입니다.”

직장인인 최정석(42)씨는 이렇게 핸드볼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매달 두 차례 서울 방이동 SK핸드볼전용구장 보조구장에서 핸드볼을 한다는 최씨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떨어지고 지방이 쌓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운동은 필수”라며 “핸드볼을 하지 않았더라면 불어나는 뱃살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는 SK 해피윙스다. 현재 회원은 15명. 주로 직장인인 이들은 매달 격주로 모여 약 3시간 동안 여자 핸드볼 실업팀의 임오경(43) 감독으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연습경기를 치른다. 다양한 운동을 해 봤다는 최씨는 “핸드볼은 전신 운동이 되는 종목”이라며 “가족끼리 와서 핸드볼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온 가족이 서로 공을 주고받으면 가족간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진다”고 말했다.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인 SK 해피윙스는 지난해 11월 제5회 연합회장기 국민생활체육전국핸드볼대회 일반부 우승을 차지했다. SK 해피윙스 회원들은 지난 3월엔 마산 실내체육관을 찾아 ‘2014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실업 핸드볼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한 홍정호(40) MBC 해설위원은 “유럽에선 핸드볼이 가장 인기 있는 실내 스포츠”라며 “각 지역에 클럽이 많아 우리나라와 달리 취학 전에도 핸드볼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우리나라도 핸드볼이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생활체육전국핸드볼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52개의 일반인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핸드볼을 다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개봉된 이후 동호인이 부쩍 늘었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직장인들이 동호회 활동을 주도하고 있고, 회원들 중 여성 비율이 약 40% 정도일 만큼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핸드볼을 생활체육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은 연합회에 연락하면 가까운 동호회를 소개시켜 준다. 연합회는 매년 6월과 11월 전국대회를 개최한다. 남자 팀은 20∼25개, 여자 팀은 3∼4개 팀이 참여한다.

전국에서 핸드볼을 생활체육으로 즐기는 인구는 약 1만2000명이다. 핸드볼은 다른 종목에 비해 동호회 활동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구시의 경우 아직 동호회가 없다. 그러나 초·중·고에선 클럽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전국 초·중·고엔 500여개의 클럽이 있다. 2012년의 370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클럽 활동을 하는 학생은 6000여명에 이른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많은 국가들이 핸드볼을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핸드볼을 학교 체육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핸드볼 활성화와 전변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관계자는 “손으로 하는 경기인 핸드볼이 두뇌 개발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를 아는 학부모는 자녀에게 핸드볼을 배우도록 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종목과 달리 여학생들의 참여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핸드볼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학교 클럽에 강사를 파견해 지도하고 용품도 지원하고 있다.

연합회는 핸드볼 인구가 많아지자 5월에 직장인 주말 리그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일단 동호회가 많은 서울을 중심으로 5∼6개 팀이 참여할 전망이다. 이 리그가 활성화되면 지방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