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학대 모른 체 하는 사회관행부터 바꾸자
입력 2014-04-12 02:51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두 명의 계모에 대한 1심 법원의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이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울산 계모 박모씨와 칠곡 계모 임모씨에게 각각 선고한 징역 15년과 10년은 저항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이들의 범죄에 비춰볼 때 결코 과중하다 할 수 없다. 검찰이 이들에게 구형한 사형, 징역 20년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다. 여론이 들끓는 이유다.
재판은 정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판결이 여론에 좌우되면 죄형법정주의는 허울만 남고,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수법과 과정이 판박이인 두 사건 선고형량이 15년과 10년으로 크게 차이 나는 건 아무리 법관의 재량을 인정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2심 재판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아동학대범죄를 가중 처벌할 수 있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돼 오는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학대로 아동을 죽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상해치사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진작 아동학대특례법이 만들어졌다면 비정한 계모들을 더한 중벌로 다스릴 수 있었을 것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것만으로는 이 같은 천인공노할 반인륜범죄를 막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11일 부랴부랴 당정회의를 갖고 대책을 내놨지만 재탕, 삼탕 정책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건이 터진 후에야 허겁지겁 대책을 내놓는 뒷북치기 시스템으로는 아동을 학대의 위험에서 구해낼 수 없다.
정부의 역할만으론 부족하다. 지역사회와 이웃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의 관련기관과 단체가 촘촘한 망(網)을 구성해 아동보호 사각지대를 없애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웃들도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일을 발견하면 내 일이라는 자세로 신고하는 등의 능동적인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예방보다 더 좋은 대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