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국·카드사·은행, 정보유출 막을 의지는 있나
입력 2014-04-12 02:41
국내 유명 카드사와 은행들의 고객 정보가 또 털렸다. 지난해 말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에 설치돼 있는 포스 단말기 관리업체 서버를 해킹해 320만여 건의 거래 정보를 빼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는데, 유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한·국민·농협카드 고객 1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고 금융당국이 11일 밝힌 것이다. 해킹 안전지대로 불리던 신한카드마저 뚫렸다. 광주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고객 정보도 유출됐다. 보안을 중시해야 할 포스 단말기 관리업체와 이들에게 고객의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한 카드사와 은행들 모두 해킹 가능성에 둔감했던 것이다.
국민·농협·롯데카드는 지난 1월 무려 1억 건의 정보를 유출시킨 바 있다. 이 중 8300여만 건이 대출업자에게 넘어갔다.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에서도 5만여 건의 정보가 새나갔다. 금융권이 해킹에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인정보를 악용한 현금 인출이나 카드 위조의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 단말기 해킹과 관련한 사고액은 현재까지 1억2000여만원이라고 한다. 확인된 것만 이 수준이어서 액수는 더 커질 개연성이 크다. 또 지금도 2차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에게 부정사용방지시스템을 가동해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이용된 경우를 발견하면 즉시 경찰에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35만여 대에 이르는 포스 단말기에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 대응으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금감원과 카드사·은행들은 반성해야 한다. 가뜩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지난 8일부터 운용체제인 윈도XP에 대한 보안, 기술지원 등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유사한 사고 발생 소지가 커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은행들의 보안실태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점점 지능화되는 해킹을 차단하는 데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카드사와 은행들이 적극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