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8) 아미시, 그리고 메노나이트와의 만남
입력 2014-04-12 02:28
2006년 미국의 한 기독교 공동체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나를 먼저 쏘세요!”
당시 마리안 피셔라는 소녀가 범인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범인은 소녀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범인도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피해를 입은 공동체는 놀랍도록 의연했다. 그들은 범인의 가족을 찾아가 위로했다. 이를 바라보던 미국인들은 참된 용서의 극치라고 감탄했다.
태어날 때부터 주기도문부터 외운다고 알려진 공동체, 삶 자체가 주기도문과 같은 공동체. 아미시라는 교회공동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방해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인정할 수 없어요.”
미 인디애나 주에서 나를 초대했던 아미시 공동체 소속 남자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이들 공동체를 둘러볼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어떻게 이들이 성경적인 삶을 사는가에 대해 통찰을 얻게 됐다. 아미시는 기준이 분명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실행했다. 이들이 이뤄낸 성과는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생태적 삶의 태도.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이 땅을 물려받은 것이 아닙니다. 우린 자녀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 단체들이 모티브로 삼는 ‘그린 라이프(Green Life)’다. 이들은 땅의 소유권자를 하나님이라고 본다. 그래서 노동을 신성시하고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살아가려고 지혜를 짜내고 있다. 생활 면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아미시는 태도 면에서 순종을 우선 가치로 삼는다. 성결한 삶을 통해 하나님께 집중하는 공동체를 꿈꾼다.
나는 아미시와의 만남을 잊고 지내다 여행 중 메노나이트 교인들을 만났다. 아미시와 비슷한 신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중남미 벨리즈의 아름다운 섬 키 코커(caye caulker)에서 밤 바다를 구경 중이었다. 뜻밖의 장소, 뜻밖의 시간이었다. 벨리즈는 197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이다. 중미에서 유일하게 영어가 공용어다.
“그냥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좋은 걸요. 우린 나이트클럽을 간다거나 바에서 맥주를 들이키는 그런 세상적인 유희를 누릴 이유도, 필요도 없어요.”
여행을 와서도 신앙적 ‘지조’를 지키는 여성들이었다. 이들의 얘기는 아미시 공동체에서 들은 것과 일맥상통했다.
메노나이트, 아미시를 지칭하는 말이 참 많다. 전쟁을 거부하고 성경을 펼쳐 드는 평화주의자, 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생태주의자, 신앙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문과 죽음까지 감수했던 진정한 그리스도인. 거기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용서’와 ‘정직’의 공동체.
현실과 융화되지 않는 것은 때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보면서 가장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성찰할 수 있었다. 하나님과 친밀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나님께 구속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자유다!’
이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나의 신앙이, 또 우리 교회가 하나님의 기쁨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메노나이트 여성들의 휴양은 단순했다. 늦은 밤까지 단지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직접 만들어 온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으며 수다 떠는 게 전부였다. 나는 그 소박한 모습에서 그들이 누리는 거대한 기쁨을 볼 수 있었다.
(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