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4월 월례발표회, 한국교회 목회자들 통렬한 자성
입력 2014-04-11 15:05 수정 2014-04-11 18:00
“삼손은 물리적 힘을 남용했고 경제적인 힘도 잘못 사용했다. 힘을 목적으로 생각할 때 과학이나 경제력이나 거룩한 종교의 힘까지도 파멸을 몰고 온다.”(손인웅 덕수교회 원로 목사)
“‘나 하나의 잘못으로 하나님의 교회가 쓰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회복도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전병금 강남교회 목사)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순환로 강변교회(허태성 목사) 예배당.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회장 김명혁 목사)가 ‘한국교회 윤리적 삶을 진단한다’를 주제로 마련한 월례 발표회에서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통렬한 자성이 쏟아졌다.
성경 속 인물 삼손을 등장시킨 손인웅 목사의 메시지는 따끔했다.
그는 “삼손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힘이라는 것은 언제나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중세의 거대한 가톨릭교회가 인류를 암흑의 세계로 전락하게 만든 것은 힘을 목적으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손 목사는 이어 “(오늘날의) 성직자들이 교권에 눈이 뽑히고 들릴라에게 몸을 빼앗기고 물질에 노예가 되어 현대문명이라는 거대한 맷돌을 돌리며 어지럼증에 걸려 허둥거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삼손은 죄를 범하였지만 대장부답게 죽음으로 회개했으며, 그것은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게 만든다”면서 종교지도자들의 철저한 회개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목회자들의 윤리적 삶을 위한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자신에게 부여된 힘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 힘에 대한 주기적 진단·평가, 예수 그리스도를 롤 모델로 삼아 절제하는 법 배우기 등이다.
‘아브라함 링컨은 백권의 역사책보다 위대하다.’
전병금 강남교회 목사는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 한사람의 실천적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에는 이상재, 이승훈, 안창호, 조만식, 장기려 같은 위대한 믿음이 선배들이 있었다”면서 “이같은 지도자를 본받는 노력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또 “하나마나 한 ‘회개 퍼포먼스’나 ‘립서비스’로 만족해선 안되고, 뼈를 깍는 자기갱신 노력과 거룩성 회복,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 대안을 모색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는 영성과 사회성을 겸비한 크리스천의 역할을 제시했다. 지 목사는 “‘교회의 자기정체성’이 영성 또는 믿음의 확신에 연관된 문제라면 ‘교회의 타자 연관성’은 사회성 또는 윤리적 삶의 문제”라며 “교회의 갱신과 개혁은 영성이라는 개인의 심령 변화와 사회성이라는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주채(용인향상교회 은퇴) 목사는 “윤리적 타락은 곧 신앙의 타락이고, 윤리는 신앙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존재와 계시에 대한 믿음 없이 윤리는 설 자리조차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발표회에 앞서 진행된 1부 기도회에서 설교한 임석순 한국중앙교회 목사는 “주님을 닮는 것은 한마디로 십자가를 닮는 것”이라며 탐욕을 내려놓고 자기 십자가를 짊어질때 한국교회와 복음의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