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 공청회] 사회적경제 지원 기능 기재부가 총괄

입력 2014-04-11 03:34


기업의 이윤 추구 원칙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경제를 금과옥조로 삼았던 보수 진영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들고 나왔다. 고속성장에 따른 양극화 심화와 공동체 붕괴 위기를 사회적경제를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다. 내각부 소속 시민사회청(Office for Civil Society)을 두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을 일원화한 영국 모델을 도입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자본주의의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구상이어서 주목된다.

◇사회적경제 지원 기재부로 일원화=새누리당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 소속 사회적경제위원회가 신설되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활센터를 통합해 한국사회적경제원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위원회는 각 부처에 산재한 사회적경제 지원체계를 조정하고, 한국사회적경제연구원은 자활기금, 민간자원 등을 연계해 조성한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을 운용하게 된다.

고용노동부(사회적기업), 안전행정부(마을기업), 기재부(협동조합), 복지부(자활기업), 농림축산식품부(농어촌공동체회사)로 나눠져 있는 사회적경제조직에 관한 정책 조정 업무를 기재부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관련 업무가 분산돼 중복 지원 등으로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설립·인증·평가 과정에서 과다한 행정 규제가 발생했다.

취약계층인 A씨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려면 자활센터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후 사회적협동조합 법인을 만들고 마을기업 지원사업으로 설비를 갖춰 인증을 얻은 뒤 4개 부처로부터 동시에 관리감독을 받아야 했다. 노동부에 매년 두 차례 사업보고서를, 기재부에는 연 1회 경영공시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안행부, 복지부에도 사업 실적을 내야 하는 등 매우 번거로웠다.

그러나 기본법이 제정되면 기재부-한국사회적경제원-권역별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지원 업무가 통합돼 행정 효율이 높아지고 행정 규제가 간소화될 전망이다. 청와대에는 국정기획수석실에 사회적경제비서관을 신설해 원활한 정책 조율을 돕게 된다.

◇농·수협, 신협, 새마을금고도 사회적경제=제정안은 농·수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생협, 중소기업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을 사회적경제조직으로 규정했다. 법제도의 칸막이 때문에 후발 사회적경제조직이 개별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 등 전통적 사회적경제조직과의 사업연계 및 자본제휴가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자활사업에 참여한 취약계층이 식품가공 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 및 생협 등이 출자하고 농협의 원재료를 공급받아 생협의 판로를 활용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사회적경제조직 간 공동협력 사업을 촉진할 수 있도록 세제·예산 등의 우선지원을 규정한 법적근거도 마련했다.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영국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1990년대 후반 재정압박을 해결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부문 서비스를 지역 단위의 사회적경제조직에 위임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했다. 사회적기업을 사회서비스 대행 기관으로 육성하면서 중앙정부의 자산을 이전하고 창업컨설팅, 자금 지원에 주력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영국의 사회적기업은 6만2000개에 이르고 이들 기업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2%, 전체 고용의 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진보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사회적경제 이슈를 선점할 것”이라며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해 야당과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합의하며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야당도 기본법 제정에 반대하지 않고 있어 입법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관련 부처들이 별도의 지원체계에 따라 실적 경쟁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라 부처 간 정책 조정부터 쉽지 않다. 독자적인 업무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거대 조직인 농·수협 및 새마을금고 등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선정수 유동근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