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 든 학생에 맞선 용감한 교감
입력 2014-04-11 02:44
무차별 칼부림이 벌어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고등학교에서 범인을 제압한 사람은 교감이었다. 일부 학생은 유혈이 낭자한 혼란 속에서도 화재경보기를 울려 학우를 대피시키고 부상자를 도왔다.
9일(현지시간) 피츠버그시 인근 프랭클린 리저널 고교에서 샘 킹 교감은 난동을 부리던 2학년 남학생 알렉스 허리벌(16)에게 달려들었다고 AP통신과 CNN방송이 10일 보도했다. 허리벌은 이때 흉기를 떨어뜨렸고 교내 경찰이 그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참극이 끝났다.
허리벌은 앞서 약 5분간 복도를 뛰어다니며 부엌칼 2개를 마구 휘둘렀다. 학생 21명과 경비원 1명이 찔리거나 베였다. 의료진은 최소 5명이 중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킹 교감이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칼에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졸업생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학교에서 그런 행동을 할 만한 사람이 한 명 있다면 그건 바로 킹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다른 졸업생은 “킹 선생님은 언제나 이야기책에 나오는 영웅 같았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허리벌이 학생들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남학생 네이트 스미오는 재빨리 화재경보기를 울렸다. 경찰은 “그 덕에 학생들이 더 빨리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다른 세 학생은 혼자 도망치지 않고 교내에서 부상한 학우들을 도왔다. 한 여학생은 칼에 베인 학우를 지혈했다. 의사는 그 조치가 과다 출혈로 인한 죽음을 막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쏟아져 나오는 학교 안에서 한 교사는 학우를 돕는 학생들에게 “내가 챙길 테니 너희는 어서 뛰어나가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도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안전하게 빠져나오도록 유도했다.
허리벌은 사건을 벌이는 내내 텅 빈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학생들은 증언했다. 얼굴을 베여 열한 바늘을 꿰맨 네이트 무어(15)는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며 “허리벌은 웃지도, 노려보지도, 찌푸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허리벌이 평소 남에게 심술궂게 구는 학생이 아니었고 따돌림을 당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체포된 허리벌은 보석 없이 살인미수 4건, 가중폭행 21건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경찰은 허리벌과 다른 학생이 전날 밤 협박성 전화통화를 한 정황을 잡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연방수사국(FBI)도 수사에 합류했다.
기소 전 법원심리에서 검찰은 “허리벌이 체포되고 나서 죽고 싶다는 뜻을 비치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허리벌은 친구들과 잘 지내는 학생이었다”며 정신과 검진을 요청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