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척결 미묘한 시기에… 모습 드러낸 후진타오

입력 2014-04-11 02:42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이 퇴임 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 전 주석은 9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에 있는 후난대학을 방문했다고 홍콩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주석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9월 그의 고향 안후이(安徽)성 지시(績溪)현 룽촨(龍川)촌을 방문한 데 이어 공개된 장소에 나타나기는 두 번째다.

자오웨위(趙躍宇) 후난대학 총장은 이에 대해 “후 전 주석이 중국 전통문화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고 말했다. 이렇게 밝힌 것은 후 전 주석이 후난대학 내에 있는 웨루(岳麓)서원에 들렀기 때문이다.

웨루서원은 북송(北宋) 때 세워져 역사가 천년이 넘는 중국 고대 4대서원 중 하나로 꼽힌다. 자오 총장은 “후 전 주석은 웨루서원이 교육과 관련해 했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후 전 주석은 검정 점퍼 차림에 하얀 운동화를 신은 수수한 모습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후난대학TV 기자단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는 “후다다(胡大大)가 후난대에 왔다”면서 환호했고 일반 네티즌들도 사진을 퍼 나르면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후 전 주석이 자오 총장 말처럼 단순히 전통문화를 접하기 위해 공개적인 행보를 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 시점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로 중국공산당 안팎이 어수선한 때이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현재 중국공산당은 아주 불안정하다. 후 전 주석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호랑이(큰 부패를 저지른 사람,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칭)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칼날은 군부와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공청단은 중국 공산당 내 3계파 가운데 하나로 후 전 주석이 계파 리더로 꼽힌다. 따라서 후 전 주석의 이번 움직임은 자신의 건재를 외부에 부각시키면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기율검사위는 9일 저우융캉의 최측근 인물인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성 부성장을 쌍개(雙開)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쌍개(雙開) 처분이란 공산당원으로부터 당적과 공직을 동시에 박탈하는 것을 말한다. 최고인민검찰원은 궈융샹은 물론 그의 아들도 거액의 뇌물을 받는 심각한 부패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