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기초 공천 결정] 金·安체제 어디로… 명분잃고 리더십 휘청

입력 2014-04-11 03:18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10일 기초선거 무공천 번복을 사과하며 6·4지방선거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당 창당의 제1명분이 흔들리면서 안 대표의 ‘새 정치’라는 슬로건은 퇴색됐다. 또 당내 친노(친노무현)·486 등 강경파와의 세 대결에서 판정패하면서 리더십은 뿌리부터 흔들릴 전망이다.

◇安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겠다”, 金 “무소의 뿔처럼 전진하자”=안·김 두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안 대표는 오후 4시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인 제 신념이 당에 강요되는 독선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오늘 이후 당원의 뜻을 받들어 선거 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모두 흘리겠다. 제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해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무공천 재검토 과정에서 ‘정치생명’ ‘대표 사퇴’ 등을 비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 대표도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관철해내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모두가 하나가 돼서 무소의 뿔처럼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공천 재검토를 요구해온 문재인 상임고문은 성명을 내고 “단독으로라도 무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니 더욱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물어 내린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상황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입장을 정리했다”며 “유연한 지도자로 당원들에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기초선거 공천으로 일단 후보 난립을 막는 실리를 얻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창당 합의문에 있는 창당 정신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훼손돼 대의명분을 잃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안·김 대표는 선거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는 수밖에 없다. 공천을 원했던 대다수 당원들과 공천파 의원들은 안 대표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새 정치가 중도·무당파의 적극적인 지지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안 대표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미지수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트위터에 “중앙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계속 움켜쥐겠다는 결정”이라며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친노 인해전술에 당했다”…투 톱 휘청=표면적으로는 당내 모든 계파가 단합과 선거 승리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계파별 승패는 뚜렷하고 분위기는 다르다.

일단 안 대표는 자신의 신임까지 언급하며 강조해온 무공천 신념이 당원과 여론에 의해 뒤집히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무공천을 고수했던 당 지도부는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말도 못하겠다”며 “(친노·강경파가) 문자로 인해전술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무공천에 반대해온 친노·강경파는 당원투표·여론조사 당일인 지난 9일 무공천에 반대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당원들에게 수차례 전송했다. 무공천을 지지해온 의원들 사이에서는 두 대표가 무공천 번복에 유리한 여론조사 문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지도부가 무공천에 반발하는 강경파의 조직적인 행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도 안이했다는 평가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새정치연합이 결국 국민을 속이는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본다”며 “기초공천을 폐지하라고 농성하고 한 것도 다 쇼 아닌가”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안·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당의 강력한 구심점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가 주도한 이번 여론조사로 무공천이 뒤집히면서 김·안 공동대표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친노·강경파는 창당 과정에서 ‘친노 배제론’이 나올 정도로 소외됐지만 무공천 논란을 거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공천 논란에 불을 붙인 문 고문을 중심으로 한 친노·강경파가 막강한 세 결집을 통해 안 대표의 무공천 구상을 주저 앉혔기 때문이다.

무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하면서 후보자 공천 등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파 다툼이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수도 있다. 특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현 지도부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선거 패배 시 책임론과 당권 다툼은 불가피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