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나뒹굴고 악취 진동… ‘쓰레기 더미’에 4남매 7년간 방치

입력 2014-04-11 04:00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 칠곡에서 계모가 의붓딸(사망 당시 8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에 이어 인천에서도 초·중·고교생 4남매가 부모의 방치 속에 쓰레기가 잔뜩 쌓인 집에서 7년간 생활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부모들은 “남의 집 일에 참견 말라”며 외부의 개입을 거부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0일 인천 계양경찰서와 인천 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인천 계양구 서운동의 한 주택가에서 “이웃집에 며칠째 아이들끼리만 있는 것 같은데 불안하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 2명이 A씨(39·여)의 집을 확인한 결과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종 오물이 나뒹굴고 악취가 진동했다. 거실에는 인분이 묻은 이불과 기저귀가 썩은 상태로 쌓여 있었다. 부엌 싱크대에는 각종 음식쓰레기와 그릇이, 화장실에는 빨래와 용변을 본 뒤 사용한 휴지가 뒤섞여 있었다. 집 안 곳곳에는 죽은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나뒹굴었다.

조사 결과 야간에 요양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 7년간 집안 청소를 하지 않고 아이들을 방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에서 제조업 근로자로 일하는 A씨의 남편은 한 달에 한 번가량 집에 왔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주변 이웃들의 도움도 거부하고 집안을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동보호기관 조사에서 “너무 바빠서 집안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A씨는 ‘남의 집 일에 참견하지 말라’며 극도로 흥분한 상태”라고 전했다.

A씨의 자녀 4명은 지난 7일 곧바로 병원과 아동보호기관에 인계됐다. 현재 막내딸(7)은 만성 변비로 복수가 차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큰아들(17)과 둘째 아들(13)은 인천의 한 청소년쉼터에서, 큰딸(9)은 아동학대 피해자 임시보호센터에서 각각 생활하고 있다.

A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대한 게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 인천시 아동권리팀장은 “때리지 않았더라도 장기간 쓰레기장 같은 집에 방치한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고의로 아이들을 방치했는지를 조사해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 입건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미혼모 B씨(22)가 22개월 된 아들을 폭행해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쯤 남양주시 자신의 집 거실에서 아들이 계속 칭얼댄다는 이유로 배 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B씨는 119에 전화해 “아들이 거실에서 잠자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기 시신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B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B씨는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칭얼대서 홧김에 때렸다”고 말했다.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빈곤층 가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란=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인 가해 행위뿐 아니라 소극적 의미의 방임 행위도 아동학대에 포함된다.

남양주·인천=정수익 정창교 기자